여유당 다래헌/일주론

기미(己未) 일주의 해석

청화거사 2018. 4. 9. 09:26

기미(己未) 일주의 해석

 

기미 일주는 음과 음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무토가 더 이상 화기운의 번성을 막아 머무르게 한다면 기토는 음기를 조금 받아들인 상태가 된다. 변화의 매체로써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지만 사물에 대한 집착과 물질에 대한 욕심이 많다. 미토는 이음(二陰)이 생성되어 화 기운이 약해지고 찬 기운이 생겨나지만 땅에 흡수된 열기가 복사되어 가장 더위를 느끼는 시기이다. 사막이나 메마른 땅을 상징한다. 동물로는 양이다. 정미 일주는 구획정리가 잘 된 도로의 가로등 아래서 여린 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사주는 하늘과 땅으로 구성된다. 하늘에는 10개의 천간이 있고 땅에는 12개의 지지가 있다. 이들이 서로 섞여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땅 속에 간직하고 있는 하늘의 기운을 지장간이라 한다. 미토 안에는 정을기(丁乙己)가 있다. 십신으로 보면 정화는 편인, 을목은 편관, 기토는 비견을 말한다. 목생화, 화생토 흐름으로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비견으로 응집된 구조이다. 편인의 재능과 편관의 자존심이 접목되어 명예 욕구가 강하게 발현된다. 거기에다 비견의 영향으로 추진력과 승부근성을 지녔다는 암시다.

 

인간은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과 우주만물은 유기적인 틀 위에 상호반응을 하는데 모든 물체들은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성질이 있다. 사주팔자도 오행이 지나치면 덜어주고 모자라면 보태주어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균형 상태가 되어 험난한 인생길을 예고한다. 기미 일주 안에 있는 오행들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끌어당기는데 어떤 지지를 만나면 창고의 문이 열리고 지지에서 숨어 있다 튀어나오거나 암합을 하거나 암충을 한다. 더 나아가 원국과 대운에 있는 천간과 만나서 오묘한 조화를 부린다. 바로 이 조화를 얼마나 명확하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사주 분석을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만큼 복잡 미묘한 관계를 지닌 게 사주팔자이다.

 

여명에서 관성은 남편이다. 기미 일주에서 목은 남편이 된다. 다른 간지에서 정관이 없다면 부득이하게 을목 편관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가정을 꾸려야 한다. 조열된 땅에 작은 풀이 자라고 있는 모습으로 원국에서 수 기운이 없다면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시들시들 말라비틀어져 버린다. 무능력하고 피곤한 남편을 만날 수 있다. 남편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여기에다가 일간이 관대에 앉아 자기중심적인 기질이 강해 자칫하다간 폭력성을 지닌 사람으로 변해 남편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알콩달콩 산다는 기대는 접고 늙은 아들 하나 더 키운다는 심정으로 살아야 마음이 편하다.

 

남명에서 수()는 재성으로 부인을 말한다. 미토 위에 앉은 기토는 물기가 전혀 없는 메마른 전답으로 본능적으로 물을 흡수하려고 한다. 부인과 인연이 약하다는 암시다. 원국에서 수 기운이 없다면 마누라가 부실하거나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미토가 물을 빨아들여 고갈시키므로 부인을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대운과 세운의 순환은 변화 운동의 원동력이 되는데 운에서 수 기운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쪼들려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재성은 부친을 의미한다. 부친과의 인연도 약하다.

 

남명에서 편관은 자식이다. 을목 편관이 십이운성으로 양지에 놓여 수시로 챙겨주면서 다가가지만 사소한 문제로 갈등을 겪다 소원한 관계에 처하게 된다. 사주가 양적 기운으로 치우쳤다면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자식 덕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또한 운에서 목 기운이 유입되면 을목이 힘을 얻어 자신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여명에서 금은 자식이 된다. 메마른 흙은 토생금을 하지 못해 수 기운이 없다면 자식과 인연이 약하다. 신장 방광 기능이 약해 유산할 확률도 높다. 이러한 논리는 단순하게 일주만 보고 개략적으로 추론한 것으로써 대운과의 상호관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비견은 남녀 공히 형제, 자매, 친구를 의미한다. 배우자 궁에 비견이 있다는 것은 부부의 재물을 나누거나 분탈해 가므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남명은 재성인 부인을 극으로 위축시키고 형제나 친구를 더 가까이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신강한 사주라면 형제나 친구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빼앗아 가거나 이간질시키는 일도 생긴다. 운이 나쁠 때는 그들로부터 배신을 당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신약한 사주라면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해주므로 그런대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다.

 

남녀 모두 정화 편인은 엄마를 말한다. 배우자가 거주하는 공간에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계모 같은 엄마가 앉아 있다. 가뜩이나 조열 되어 있는 일주에 정화가 기토를 힘들게 해 엄마와 코드가 맞지 않다. 엄마가 잔소리깨나 하여 자식과 갈등의 씨앗이 싹트게 된다. 기미 일주는 천간과 지지가 같은 기운으로 주체성이 강해 엄마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타임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편인이 지장간에 암장되어 구속받는 것도 싫어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해 갈등의 요인이 된다. 활화산처럼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기질을 지녀 다툼이 생긴다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갈등을 줄이려면 자식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기미 일주는 상하가 같은 기운으로 일간이 힘을 얻어 자신의 생각을 현실적으로 실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일주 안에서 편관과 편인이 관인 상생을 이루고 있다. 정해 놓은 기준을 지키려고 해 창의력이 필요한 일보다는 규칙에 따라 처리하는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들판의 양이 암록과 복성귀인을 보아 사주 구조가 식상 생재를 이루고 있다면 의식주가 풍족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 지칠 줄 모르는 노력과 경쟁심이 더해져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원하는 것을 거머쥘 수 있다. 다만 사업을 하더라도 단독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구 잃고 돈도 잃을 수 있다. 운이 나쁠 때는 동업자에게 배신까지 당할 수도 있다.

 

기미 일주는 토의 오성이 그러하듯이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집이 세고 승부욕이 강한 기질을 드러낸다. 대지가 만물을 포용하듯 어려운 상황을 중재하거나 사교적인 면에서 남다른 장점을 지니게 된다. 일주에 있는 글자 모두가 구부러진 형상으로 환경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어떤 고난도 이겨내고 잘 적응한다. 미월이 여름과 가을의 기운을 중재하듯이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성향은 인간관계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일간이 관대에 앉아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표출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솔직담백한 사람들이 많다. 양은 무리를 지어 살기에 여러 사람의 뜻을 따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불같은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온순한 양처럼 마음은 여리고 이해심이 많으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스타일이다.

 

사주 분석은 여덟 글자가 지닌 음양오행의 기운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각 글자들 간의 세력관계와 미세한 편차까지도 해석하여 운명을 추론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일간으로 사주의 주체가 된다. 팔자의 세력관계는 일간을 중심으로 형성되므로 객체인 간지에 있는 글자들은 일간과의 관계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사주팔자를 일주만 놓고 개인의 운명을 간명하여 올바른 판단으로 유도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일주를 중심으로 분석하다 보면 사주 전체를 보는 눈이 훨씬 더 익어진다. 그러나 사주라는 구조 속에 삶의 지혜로 안내하는 숨겨진 가르침을 풀어내려면 사주팔자를 다면적으로 관찰해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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