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일주론

정해(丁亥)일주의 해석

청화거사 2017. 8. 28. 13:33

정해(丁亥)일주의 해석

 

불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동 식물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제공하며 빛으로 어둠을 밝혀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 정화는 음으로 하늘에서는 별이고 땅에서는 인간이 만든 불로서 전기에 해당한다. 물은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결합물로 강, 호수, 지하수 따위의 형태로 널리 분포된 액체이다. 해수는 생명이 깃들 수 있는 비교적 넓고 얕은 바다에 비유할 수 있다. 정해 일주는 덥고 찬 기운이 위와 아래의 간지로 연결되어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내면의 심리를 보는 지장간에는 무토, 갑목, 임수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기어의 맞물림처럼 일간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일주라는 공간에서 임수가 갑목을 도와주고 무토는 임수의 물길을 가로막는 모습이다.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이 자양분의 역할을 하지만 흙과는 대립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육친으로 보면 무토는 상관, 갑목은 정인, 임수는 정관에 해당한다. 만약에 일간 주변에 불을 강하게 지펴주는 나무는 없고 오히려 불을 끄는 물이 많다면 정화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여명에서 임수는 정관으로 남편이 된다. 일간이 임수를 향해 정임(丁壬) 합으로 구애하면서 목기운을 생성하려고 한다. 임수 기준으로 목은 식상으로 자녀이다. 다정다감한 남자와 달콤한 사랑으로 자식을 낳고 싶은 내면적 욕구가 꿈틀거린다. 그만큼 음양의 합으로 유정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배우자에 대한 욕심과 집착으로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요인도 된다. 남명은 배우자 궁에 자리 잡은 정관이 자식이다. 결혼 초에는 부부간에 살가운 사이지만 자식이 태어나면 부인보다는 자식에게 애정이 더 간다.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자식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명은 천을 귀인의 남편을 만났으니 자신에게는 귀한 사람이다. 해수는 지살이면서 정인을 품고 있다. 바다 건너 유학을 가거나 해외에서 인연을 만나 연분을 맺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문에 갈증을 느껴 자기계발을 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정관 안에 상관이 숨어있어 자칫 남편을 힘들게 하여 고단한 일생이 전개될 수 있다. 상관이 태지에 놓여 은근히 애교가 있지만 남자를 유혹하는 매력도 지니고 있다. 돼지는 식성과 욕심이 많을뿐더러 다산하는 특성이 있다. 조후가 갖추어졌다면 생식기가 발달되어 많은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정해 일주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식상()과 재성()을 추구하는 마음이 강하다. 따뜻한 기운으로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쇠붙이를 녹여서 생필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렇게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고 싶지만 에너지가 약해 쇠를 녹이는 능력이 부족하다. 일간이 힘이 없어 마음만 앞서지 재물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다. 겨울 정화는 약하고 차갑다. 힘을 쓰기 위해서는 나무의 도움으로 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해야 한다. 물 위에 떠 맥을 못 추고 꺼져가는 불꽃을 열기로 강하게 하든가 아니면 대운에서 힘을 보충해준다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므로 그때 가야 뭔가를 이룰 수 있다.

 

해수 안에 있는 무토는 물상으로 땅을 의미한다. 원국에서 재성을 쳐다보고 있다면 두뇌회전이 빨라 돈의 흐름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다. 정인이 자극하므로 부동산에 투자하여 문서 형태로 남몰래 숨겨 놓으려고 한다. 정관과 인수가 소통하여 경매나 공매에 왠지 모르게 끌리게 된다. 대운에서 인수나 재성운이 유입되면 부동산에 투자해도 된다는 신호이다. 일간을 중심으로 모든 기운이 안정되어 제 역할을 다해 줄 때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다. 주변이 불안정하고 일그러진 팔자라면 불가능하므로 일찍 포기해야 한다.

 

정화 일간이 음간이지만 지장간이 모두 양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주 구조가 잘 짜였다면 항상 밝고 활발하며 매사에 긍정적이다. 희생과 봉사정신이 강해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다. 사주가 중화를 잃어버렸다면 외형은 밝아도 성격이 급하고 삶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겉은 부드럽게 보이지만 한번 성질이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의 캐릭터이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정해 일주는 엄마의 지극정성으로 기본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어 있다. 다만 정인이 장생지로 엄마의 간섭이 심한데 상관의 반항심이 더해져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관인상생으로 올바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험 합격이나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다.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으로 조직사회에 어울리는 유형이다. 해수 정관이 천복(天福)과 천을귀인에 해당하여 어려울 때 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부지런히 실력을 갈고닦는다면 주위의 도움으로 원하는 직장에 무난히 들어갈 수 있다.

 

일주만 놓고 본다면 태지(胎地)에 임하여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때 재빨리 이에 편승해 묻어가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상황을 판단하는 스타일이다. 남명은 권위적이면서 잔소리가 심한 편이다. 여명은 상관이 절지에 놓인 까닭에 속마음 드러내지 않으면서 개인주의가 강하다. 해수는 천문(天文)이다. 영험한 기운으로 육감이 발달되어 꿈이 잘 맞고 예지력이 남보다 뛰어나다. 종교나 역술 분야에 심취해 타인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여자 사주에서 신기를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 한눈팔지 않는다면 그 분야에서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

 

사주팔자는 단순한 것 같지만 여러 변수들이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총체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논리적으로 풀어내려면 제대로 된 이론을 먼저 습득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다양한 사주를 가지고 임상체험을 통해 실수도 하면서 고생 속에서 자신만의 실력을 연마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생을 한다 해도 자신을 연마하는 방식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일주 분석은 하나의 추론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사주 전체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리스크를 줄이면서 실력도 쌓여 질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