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일주론

을유(乙酉) 일주의 특성

청화거사 2017. 8. 14. 11:20

을유(乙酉) 일주의 특성

 

을목은 갑에서 약간의 음기를 받아들여 내부적으로 재조정된 상태로 살아있는 초목을 말한다. 옆으로 자라나는 속성으로 주변의 상황에 따라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부드러우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유는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기운으로 정교하면서 이미 가공된 것이다. 12운성 중에 제왕지에 속한다. 을유 일주는 봄과 가을의 만남으로 암반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단풍나무의 모습이다. 주위에서 힘을 보태주는 육친들이 없다면 열악한 환경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일주이다.

 

지장간을 들여다보면 경금과 신금만 섞여 있어 순수하고 맑은 기운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비슷한 성질을 가진 세력끼리 끈끈하게 결합하면서 상호의존관계에 있다. 일간에 대입하면 경금은 정관을 신금은 편관을 의미한다. 이들은 대척점에서 금목 상쟁으로 치열한 싸움을 벌여 절지(絶地)에 앉아 있는 을목이 상처를 입게 된다. 을목은 생명체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면 생장 여건이 중요하다. 바위 위에 앉아 녹녹지 않는 환경에 놓여 있다. 어설프게 짜인 사주라면 인생행로가 고달프다는 것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사주에 나타나는 각 천간과 지지가 함유하고 있는 오행이 가진 원소 값을 특정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일주만 놓고 보면 지지가 유금으로 을목의 뿌리에 쇠를 묻고 있는 형국이다. 수 기운으로 도와줘야 생동감 있게 자랄 수 있다. 또한 화 기운으로 꽃을 피우게 조후하면서 관성을 제살해야 한다. 그래야 일간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금 기운을 억제시켜주지 않으면 유약한 나무가 날카로운 칼날에 손상당한다.

 

일간이 유금을 만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관성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감당할 수 있다면 출세지향적인 관성의 도움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없다면 이들이 합심하여 무참히 공격을 가한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야 한다. 만약에 수나 화가 없다면 균형이 무너져 노력은 하지만 실속 없이 고생만 하게 된다. 수 기운이 있다면 유금의 에너지를 일간에게 유통시켜 힘을 보태주므로 자식이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다. 재성은 편관 칠살의 텃밭이 되므로 아버지와는 인연이 약하다. 일지 도화로 남녀 모두 애정문제를 조심해야 한다. 여자는 외간 남자와 남몰래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암시이다.

 

일간의 힘이 지나치다면 두려움을 모르고 자기주장만 내세워 타인과 마찰을 일으킨다. 게다가 자신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 만고풍상을 겪게 된다. 일간의 힘이 적절하다면 주변 환경에 따라 순발력을 발휘하므로 적응능력이 남다르다. 다정다감하면서 유연한 성격으로 배우자감으로 선호도가 높다.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실리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신약 하다면 보석처럼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며 주체성이 약해 주변 환경을 대단히 의식하는 편이다. 실수를 해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의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음과 양은 서로 끌어당기는 성질이 강하다. 여명은 일간이 정관을 합으로 견인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유정하여 행복하게 보인다. 그러나 사주가 중화를 갖춰야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산다. 일지가 편관이다. 조후가 무너졌다면 무서운 남편의 구박으로 부부 사이가 순탄하지 못하다. 무능하여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더군다나 배우자 궁이 절지에 갇혀 먹고살기 위한 치열한 삶을 예고하고 있다. 힘의 불균형 상태가 해소돼야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남명에서 관성은 자식이다. 같은 논리로 접근하여 판단하면 삐딱한 자식인지 아닌지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주의 구성이 불안정하고 일간이 제 뜻대로 할 수 없을 때는 가정과 직업이 삐걱거린다. 을유 일주들이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여 다소 고독한 일생을 보내기 쉽다. 소심한 성격과 자신감 부족으로 심한 자괴감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직업적으로 볼 때 식신으로 편관을 억제시키거나 인수로 에너지를 소통시켜 부담을 덜어준다면 개인 사업보다는 직장생활에 어울린다. 유금의 물상을 적절히 활용하면 생사여탈을 가진 권력기관이나 세밀한 작업을 요구하는 분야에 적합하다. 거두어들이는 속성으로 세무, 회계, 금융 분야에서 일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

 

을목은 생목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흙이 있다면 자생력이 좋아 스스로 적응을 잘 한다. 토는 재물을 의미한다. 구색이 갖춰진 사주에서 재성이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은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물질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 계산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하려는 성향을 드러낸다. 재물에 대한 집착과 이해타산으로 약삭빠른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 주위를 한번쯤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을유 일주들이 기본적으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주변 글자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을목이 유금에게 두들겨 맞으므로 쉽게 스트레스를 받아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유형이다. 원국과 대운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현침의 영향까지 더해져 신경계통의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정신이상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편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에너지가 강한 사주라면 그런대로 감당할 수 있지만 빈약하다면 그만큼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사주를 분석하는 것은 종합예술과 같다. 일주 분석의 체험은 사주팔자 전체의 정보 속에 통합되고 흡수된다. 하지만 일주 분석으로는 정보의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진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조망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숲을 볼 때에는 나무도 볼 수 있어야 하고 나무를 볼 때에는 숲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부분을 통해 전체를 보고 전체를 통해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통변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