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명리학 두드림

을축(乙丑)일주의 실체적 규명

청화거사 2017. 3. 20. 15:55

을축(乙丑)일주의 실체적 규명

을목은 음목(陰木)이다. 줄기가 옆으로 휘어지며 퍼져나가는 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갑목은 고개를 쳐들고 위로 올라가는 외적성장이라면 을목은 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겉모습은 부드럽고 유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뛰어난 적응력으로 주변의 상황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유연성을 지녔다. 을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수(水)가 많아 뿌리가 상하는 것이다. 을목은 사시사철 화(火)가 있어야 뜻을 이룰 수 있다. 금이 많으면 심하게 극을 받아 좌절과 고난이 따른다. 토가 많으면 오히려 승모(乘侮)현상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축토(丑土)는 얼어 있는 땅으로 나무가 잘 성장하게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2양(陽)이 발생했으므로 외부에서 조금만 따뜻하게 해주면 축(丑)중 기토(己土)가 서서히 온기를 받아 만물을 자라게 하는 준비된 땅으로 변한다.

일간은 사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다른 간지들과 상호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을축 일주의 지장간에는 계수(癸水), 신금(辛金), 기토(己土)가 있다. 이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간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간은 다른 간지에 있는 육친들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멸시를 당한다. 이런 까닭에 일간이 힘이 있느냐 없느냐를 먼저 관찰하게 된다. 신강한 사주라면 자신을 보호하고 관리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신약한 사주라면 다른 육친들에게 기운을 빼앗기거나 두들겨 맞아 여러 가지 고통을 겪는다.

사주해석에서 원국과 대운과의 상호관계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수조건이다. 을축 일주의 축토 속에는 하늘의 기운인 癸水(편인), 辛金(편관), 己土(편재)가 한 가족이 되어 하나의 생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생관(財生官), 관인상생(官印相生)으로 조화롭게 세력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연학 관점에서 보면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여린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형국이다. 더하여 신금의 날카로운 칼날이 유약한 나무를 베어 무참히 짓밟고 있다. 이처럼 을목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무시를 당하면서 공격을 받고 있다. 그만큼 물리적 환경이 열악하다.

음양적 관점에서 을목은 갑목이 가장 좋은 친구이다. 버팀목이 되어 준다. 의지처가 없다면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을축 일주들이 선천적으로 소심하며 카리스마적인 기질이 부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으로 축토 편재인 부인에게 가슴에 사무치는 말을 서슴없이 하여 스트레스를 준다. 더구나 밖에서는 남들에게 친절하지만 집에 오면 전혀 다른 유형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행동지향적인 성향이 아니므로 대세에 편승하는 기질을 지닌다. 어찌 보면 순응하면서 모나지 않게 처세하므로 현실 적응력이 뛰어나다.

육친적으로 을축 일주 안에 계수는 편인으로 계모이다.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에 정서적으로 교감이 안 되는 엄마가 버티고 있다. 열악한 환경으로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는 축토는 편재로 아버지가 된다. 능력이 없는 아버지를 챙겨드리거나 모셔야 하는 운명이다. 남자사주에서 축토는 편재로 부인이다. 감당하기가 버거우며 게다가 음양의 짝이 맞지 않아 통제권 밖에 있다. 편재의 속성으로 재물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고 돈의 흐름을 읽어 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그 돈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여 내 것이 안 되고 남의 돈을 관리하게 된다. 부득이 사업을 하게 되면 부부간에 동업형태가 효율적이다. 대운의 흐름이 좋다면 재물을 취득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 수 있다.

남자사주에서 신금은 편관으로 아들이다. 신금과 을목은 극하는 대척점의 관계로 아들이 두렵고 힘들게 하는 존재로 변한다. 반대로 여자사주에서 신금은 편관으로 남자이다. 신강한 사주라면 그런대로 감당할 수 있는 남편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피곤한 사람이다. 인수로 소통시키고 식신으로 억제시키면 효용가치는 높아진다. 구색이 갖춰지지 않는 어설픈 사주라면 목(木)으로 힘을 키우거나 화(火)로 따뜻한 온기를 넣어줘야 이들을 관리할 수 있다. 짜임새와 쓰임새로 균형잡힌 사주라면 수(水)의 도움을 받아야 안정감을 갖게 된다.

한걸음 더 들어가 지장간을 중심으로 일간과의 상호관계를 입체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축토에서 을목을 보면 편관이다. 여자사주라면 부드러운 남편이지만 썩 믿음과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하기 바쁘다. 잘 삐지고 토라져 늙은 아들을 돌본다는 심정으로 다둑거리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고생으로 고통을 겪는다. 여명에서 계수가 을목을 보면 식신으로 자식이다. 어머니가 인자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을목의 뿌리를 상하게 하여 방해요인이 된다. 신금 입장에서 을목은 편재로 조화롭지 못한 마누라가 된다. 남편이 을목인 부인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면서 힘들게 한다.

명리학에서는 오행의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인체의 세계를 설명한다. 음양오행의 부조화가 질병을 유발시킨다. 질병은 인체 각 요소의 상호관계상에 있어 힘의 균형을 잃을 때 발생하게 된다. 음양과 오행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장부 또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다. 그런데 을축 일주 자체가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허약한 상태이다. 음양의 관계가 조화롭지 못해 신경계통의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가령 신유술(申酉戌)이 온다면 부드럽고 연약한 을목이 두들겨 맞아 심각하게 훼손된다. 지장간에 있는 신금과 합세하여 더욱 세력이 커져 예리한 무기로 변한다. 해자축(亥子丑)이 도래하면 가뜩이나 동토(凍土)에 앉아 있는데 나무의 뿌리가 썩거나 붕붕 떠다니게 된다. 을목이 뿌리가 튼튼하거나 다른 간지에서 도와주는 세력이 있다면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을축 일주가 세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난다. 문제가 있다면 신경쇠약, 불면증, 우울증, 어지럼증, 치매, 빙의, 소화기계통의 질환 등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추론은 육십갑자 중에서 을축 일주를 선택하여 경험적 사실로서 접근한 방법이다. 사주팔자라는 전체적인 환경을 보고 객관적 진단으로 운명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식법으로 보는 것은 해석의 오류를 일으키게 하는 첨병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일주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추론하는 것도 논리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하나의 접근법이다. 일주라는 단편적인 판단이 사주팔자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한다. 부분이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부분이 모이면 하나의 퍼즐이 맞춰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