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명리학 두드림

신축(辛丑)일주의 모순성

청화거사 2016. 12. 19. 11:01

신축(辛丑) 일주의 모순성

 

신축 일주들이 부부간의 갈등으로 유달리 힘든 사람이 많다. 무조건 화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많은 것은 임상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사주는 한 사람의 운명을 추론해 낼 수 있는 고귀한 증거품이다. 그렇다고 일주만 가지고 운명을 진단하는 것은 심오한 학문을 왜곡시키는 그릇된 방법이다. 원국, 대운, 세운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주는 사주의 중심이다. 컨트롤 타워로써 다른 간지를 관리하고 통제하며 외부 공격으로부터 방어도 해야 한다.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으로써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장소이다. 아들 딸 낳고 오순도순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터전도 된다.

 

신축 일주를 부부간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분석해 보면 지장간에 계신기(癸辛己)가 내장되어 있다. 각기 다른 시각과 성질을 가진 육친들이 일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생극 제화의 관계이다. 일간을 중심으로 축토(丑土)는 편인, 계수(癸水)는 식신, 신금(辛金)은 비견으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추론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한다. 일지에 있는 축토가 천간의 신금을 생해주는 구조이다. 하지만 십이운성으로 양궁에 앉아 일간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신금 입장에서 축토는 나에게 힘을 보태주는 편인이다습토로서 일간을 생하는 작용이 강하여 편인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창조 의식과 직관력으로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다계수는 내 기운을 오히려 빼가는 식신이다. 여자 사주에서 식신은 관성을 쪼개어 위축시킨다. 그런데 배우자 궁에 버티고 앉아 남편이 오는 것을 싫다고 밀어내고 있다. 더구나 관성이 편인에게 설기 당해 기운까지 빼앗긴다. 부득이 편관을 남편으로 취용하면 애초부터 음양의 짝이 맞지 않아 살가운 사이는 아니다. 다만 식신이 편관의 부작용을 억제시켜주지만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서 식신에게 두들겨 맞고 편인에게 기운까지 빼앗겨 일그러지고 깨지게 된다.

 

혹여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남편과는 헤어지고 식신인 자녀와는 함께 거주하려고 한다. 아니면 자녀가 눈에 밟혀 이혼은 못하고 마음고생으로 긴긴 세월을 보내게 된다. 편인은 식신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므로 자녀와 떨어져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장간에 있는 신금은 비견이다. 남자 사주에 재성은 부인을 의미한다. 비견과 재성은 대립적 관계로 비견이 부인을 힘들게 하여 고달픈 삶을 예고하고 있다또한 비견은 형제와 친구다. 남몰래 돈을 빼앗기거나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경험에 비춰보면 결혼생활에 미치는 변수는 배제하더라도 일지에 비겁과 식상이 있으면 대체로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편이다. 이들 세력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혼의 빈도수가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겁재나 상관이 있으면 그만큼 작용력이 강해져 갈등이 증폭된다. 부푼 기대를 안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서로를 맞춰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나 겁재나 상관이 세력을 갖추고 있다면 서로 다른 부분을 이해하고 갈등을 치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우자의 선호도에 대한 잠재의식을 살짝 들여다보면 편인을 깔고 있어 눈치 있고 지적 수준을 어느 정도 갖추면 쉽게 끌린다. 지장간에 있는 식신으로 인해 대화도 잘되고 멋지고 세련된 사람을 갈망한다. 게다가 비견의 영향으로 생활력이 강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사람을 만나려면 에너지가 강한 사주가 돼야 한다. 장악력이 떨어지면 이들로부터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된다. 일지에 있는 편인은 계모로 본다. 부부의 공간에 정서적으로 맞지 않은 엄마가 버티고 있어 갈등의 씨앗이다. 더하여 효신살(梟神殺)의 작용으로 부부갈등의 촉매제가 된다.

 

사주는 자연과학이다. 인간과 우주 만물은 하나의 유기체로서 다양한 자연의 힘과 유기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사주팔자는 천지자연의 오묘한 기운을 8개의 글자에 압축시켜 놓은 운명의 설계도이다. 그 안에 수많은 정보가 내재되어 있다. 신축(辛丑) 일주는 날카로운 금속이 꽁꽁 얼어붙은 물속에 잠겨 서서히 부패해 가는 과정이다. 지하 암반 속에 수맥이 흘러 지반이 약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해안가의 뾰쪽 뾰쪽한 바위의 산세를 뒤로 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견뎌야 하는 삶의 여정이다. 하지만 쟁기와 소의 만남이다부부가 부지런히 황무지 땅(丑土)을 개간하여 곡식을 심고 가을(辛金)에 결실하여 겨울에 저장(癸水)해 대개가 잘 사는 편이다.

 

신축 일주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따뜻한 온기이다. 꽁꽁 얼어붙어 있어 해동시켜 주면 반전의 기회가 온다. 가령 병정(丙丁)과 사오미(巳午未)를 본능적으로 끌어당겨 음양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병화(丙火)는 신금(辛金)과 합()으로 수 기운을 생성시켜 오히려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정화(丁火)는 은은하게 타오르는 열기를 순수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일간을 극하여 투쟁과 도피의 반응으로 쪼그라들고 깨지게 하는 요인도 된다.

 

지지의 사화(巳火)는 사유축(巳酉丑)으로 묶여 고유한 성질이 훼손되어 버린다. 오화(午火)는 조후적으로는 반갑지만 원진살로 부부간에 틈새를 더욱 벌어지게 한다. ()은 성질이 다른 사물들이 서로 지지 않으려고 치열한 다툼을 벌여 파괴되는 현상이다. 미토(未土)는 축토(丑土)와 같은 무리지만 충으로 치고받고 싸움을 벌인다. 그것도 배우자 궁을 건드려 평상시 갈등이 지속됐다면 거센 격량에 사방으로 솟구치는 포말처럼 행복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세세한 변수들을 깊이 통찰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