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역학 칼럼

음양오행설의 시대별 특성

청화거사 2017. 3. 13. 09:52

음양오행설의 시대별 특성

음양오행설은 전국시대에 이론적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명력의 발전 ․ 쇠퇴 ․ 정리의 과정을 겪는다. 전국시대로부터 진대(秦代) 사이는 음양오행설의 태동기이다. 추연으로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한 음양오행설은『관자』의「유관⼅․「오행⼅․「사시⼅에서 우주도식, 월령체계, 오행의 상관적 대응체계가 이루어졌다. 이후『여씨춘추』에 이르러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특히「십이기⼅에서는 우주와 인간을 통일적 체계 속에 포함하는 작업이 정교하게 진행되었다. 우주도식은 태일(太一)에서부터 만물에 이르는 구도를 가지게 된다. 월령체계 또한 12개월로 나누어「관자⼅의 것보다 더욱 세분화되었다. 오행의 상응체계 역시 진일보하였다. 이처럼 「십이기」의 탄생으로 음양오행설은 우주와 인사를 설명해내는 기초적인 체계를 완벽하게 갖추게 된다.

음양오행설은 전한 초 ․ 중기에 와서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우주와 인사를 설명해낸다. 이 시기를 음양오행설의 전성기라고 말한다. 전한 초 ․ 중기의 음양오행설은 주로『회남자』와『춘추번로』속에서 엿볼 수 있다.『회남자』는 전국시대의 음양오행설을 그대로 섭취했다. 여기서 음양오행설은 자연세계를 해석하는데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회남자』에서는 음양오행설이 천문역법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천문훈」에서는 12개의 월에 지지를 상응시킴으로써 간지이론의 기틀과 토왕사계설(土旺四季說)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천문과 오행을 연관시키기도 한다.

동중서의『춘추번로』에서는 유가적인 색체가 농후하게 스며든다. 유가의 특성을 바탕으로 인간과 절대자를 연결하는 매개자로 음양오행설을 활용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음양오행설은 점차 종교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동중서는 인간을 천지의 축소판으로 보면서 인간자체와 사회의 구조를 음양오행설을 근거로 해석한다. 또한 오행상생의 원리를 제시하였으며 인간의 윤리도덕과 자연현상을 음양오행설에 의거하여 설명하였다. 음양오행설의 이론체계는 동중서에 와서 정밀성을 가지게 된다.

전한의 음양오행설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자료는『황제내경』이다.『황제내경』은 인체의 생리 ․ 병리 ․ 치료의 원리를 음양오행설의 원리를 빌려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몸과 천지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전한(前漢) 말기에 이르러 음양오행설은 참위를 숭상하는 현상론자들에 의해 신비화되어 미신적 예언체계인 참위설의 도구로 활용되었다. 이로써 음양오행설은 과학적 성분은 매몰되고 황당한 예언체계의 도구로 전락하여 타락의 늪에 빠져든다. 그래서 전한 말기를 음양오행설의 타락기라 한다.

후한 초기에 행해진 참위학에 대한 왕충의 비판과『백호통』에서의 음양오행설에 대한 정리 작업이 세상을 풍미하던 참위설을 잠재우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음양오행설이 가진 건전한 측면을 지켜내는 데는 일조하였다. 참위학에서는 음양과 오행을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데 편입시켜 타락시켰지만 왕충과『백호통』은 미신적 참위설에서 음양오행설을 분리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후한 초기는 음양오행설의 정리기라고 할 수 있다.

음양오행설은 후한 말기에 민중도교에 수용됐다가 송대에 이르러 성리학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성리학은 오랜 세월을 거쳐 발전되고 정제된 음양오행설이 존재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북송의 주돈이는「태극도설」에서 우주와 인간의 탄생과 본질을 이전 시기에 체계를 갖춘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하여 논리를 전개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주희에게 이어져 존재의 물질적인 측면을 설명하는 도구로 적용되며 기론(氣論)에 포섭된다. 기는 주자학에 있어 리(理)와 함께 우주와 인간의 문제를 설명하는 양대 축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음양오행설은 전국시대에 태동하여 전한시대에 이르러 극성했다가 전한 말기에 본의 아니게 타락의 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후한 초기에 와서『백호통』과 왕충에 의해 음양오행설은 정리의 기회를 맞는다. 이러한 작업에 힘입어 음양오행설이 가지는 긍정적 측면은 여전히 전승되어 후세의 철학과 문화이론의 구심점으로써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여유당 다래헌 > 역학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행과 상술  (0) 2019.01.08
음양과 오행의 결합  (0) 2018.05.28
오행의 의미  (0) 2017.03.06
오행의 기원  (0) 2017.02.27
기(氣)와 명리학  (0) 2017.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