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역학 칼럼

음양의 원초적 의미

청화거사 2017. 2. 3. 10:14

음양의 원초적 의미

음양의 원초적 의미는 문자학(文字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설문해자(說文解字)』제11편에 음(霒)자는 구름이 해를 가린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음(霒)자는 나중에 음(侌)자로 간소화 되었다. 음(侌)자는 운(雲)자에서 뜻을 취하고 금(今)자에서 소리를 취함으로써 만들어진 글자이다. 따라서 이 글자가 가진 사실상의 의미는 구름에서 논거를 찾아야 한다. 음(侌)의 근원적인 뜻은 고자(古字)인 음(霒)자에서 찾을 수 있다. 태양이 떠있기는 하지만 구름에 가려져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낸 글자가 바로 음(侌)이다.

『설문해자』제9편에서는 양(昜)자의 의미를 “열다”로 설명하면서 일(日) + 일(-) + 물(勿)로 구성된 것으로 본다. 이는 양(昜)자가 태양에서 파생되었음을 의미한다. 흑전원차(黑田源次)는 양(昜)자를 단(旦)자와 물(勿)자가 결합된 글자로 본다. 여기서의 단(旦)자는 태양이 지평선으로부터 떠오르는 모양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양(昜)자의 물(勿)에 대하여 서복관(徐復觀)은 태양이 처음 떠올랐을 때 빛이 아래로 내려쬐는 형상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양(昜)자는 떠오르는 태양이 빛을 발산한다는 의미의 글자로 정리할 수 있다. 음(霒),음(侌)자와 양(昜)자는 세월이 지나 현재 상용되는 음(陰)자와 양(陽)자로 변화되었다. 음(陰)자와 양(陽)자의 근원은 자연계에서 찾을 수 있다. 구름, 태양, 언덕이 이 글자들을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현재의 음과 양 두 글자는 음(侌)자와 양(昜)자에다 각각 언덕을 뜻하는 부(阝)를 더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설문해자』제14편에서는 “음은 어둡다”는 뜻이다. 강의 남쪽, 산의 북쪽을 가리킨다. 라고 하였다.

즉 음(陰)자는 산이나 언덕 등의 지형과 관련성을 가지는 것을 뜻한다. 산언덕의 북쪽에는 응달이 많아 어두우므로 그것을 음(陰)자로 표현한 것이다. 양(陽)자에 대해 살펴보면 『설문해자』제14편에서는 “양은 높고 밝다”는 뜻이다. 양은 산의 남쪽이다. 여기에도 역시 산언덕을 의미하는 부(阝)자가 붙어있다. 산언덕의 양지쪽에는 햇살이 많아 밝다는 뜻에서 양(陽)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음(陰)자와 양(陽)자는 구름과 태양 그리고 언덕을 근거로 하여 만들어진 글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음(陰)과 양(陽)의 두 글자는 자학적(字學的)으로 볼 때 자연현상을 기반으로 하여 제작된 것이므로 원초적으로 자연학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자연현상을 근거하여 탄생된 음양의 개념은 『노자』에 이르러 획기적인 의미와 변화를 겪는다. 음양은 도(道)와 함께 존재의 근원을 설명하는 개념이 되었다. 도는 운동력과 실체로서의 위상을 넘어선다. 음양은 도(道)와는 달리 운동력·실체·부류를 범주의 구분 없이 모두 포괄한다. 그 이유는 음양의 표상들은 우주질서의 상반된 양상들을 분류하고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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