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의 기원
음양에 대한 관념은 그 기원이 불확실하다. 음양은 태극의 1차 변화이다. 전국시대를 지나면서 음양은 자연과 인간을 설명하는 권위 있는 도구로써 위상이 확립되었다. 음양은 우주만물에 존재하는 두 기운으로 서로 대립하면서도 일정한 조건 아래서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즉 천지간에 있는 만사만물은 모두 음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문해자』에서 음은 어둡다, 양은 높고 밝다는 의미이다. 자의(字意)로 보면 음양은 태양과 관련이 있어서 햇빛이 있는 상태를 양, 햇빛이 없는 상태를 음으로 인식하였다.
원래 음양이라 용어는 『시경』,『서경』,『역경』에서는 자연현상 특히 태양과 관련된 현상을 표현하였다. 춘추시대에는 음양은 천이 생성한 육기(六氣) 즉 음(陰), 양(陽), 풍(風), 우(雨), 회(晦), 명(明) 중 이기(二氣)로 인식하였다.『춘추좌씨전』「소공」원년에 하늘에는 육기가 있다. 그것이 하강하여 오미가 되고, 발하여서는 오색이 되고, 드러나서는 오성이 되고, 질서를 잃으면 육질이 된다. 육기는 음, 양, 풍, 우, 회, 명이다. 그것이 나누어지면 사시가 되고, 질서를 갖추면 오절이 되고, 지나치면 재앙이 된다. 음이 지나치면 한질이 되고, 양이 지나치면 열병이 생긴다고 하였다.
전국시대에 들어와 음양은 만물을 구성하는 2원기로서 근본성질의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음양이 철학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노자부터이다.『노자』에 만물은 음을 등지고 양을 끌어안아 천지간의 기운으로 조화를 이룬다하여 음양은 만물을 만드는 기본요소로 보았다. 『장자』는 기후를 의미하는 원시적 음양개념으로 보았으나 음양을 천지에 비유하여 기(氣)의 큰 것이라는 발전된 표현을 쓰고 있다. 전국 말기의 굴원(屈原)은 『초사』에서 음양이 화합하니 무엇이 근본이며 무엇으로 변화할 것인가라고 하고 일음(一陰)과 일양(一陽)을 따름이여! 사람들은 내가 무엇이 되는가를 알지 못하네. 라고 하였다. 이처럼 음양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천지만물의 원질적인 이원기(二元氣)로서 우주의 실체를 설명하는 중심적인 개념이 되었다.
음양은 오행과 함께 존재세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음양과 오행은 원래 별도의 연원에서 발생하고 성장했다. 음양은 오행보다 시간적이나 원리적으로 우선시 되며 존재의 원초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도구이다. 그렇다면 우주자연계를 설명하는 음양의 개념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 자연계에는 낮과 밤, 양지와 음지, 하늘과 땅이 서로 대립을 이루면서 존재한다. 인지가 발달하면서 인간들은 우주자연계의 이러한 상반된 현상들에 대한 자각과 사유가 싹텄다. 여기서 마침내 음양이라는 말로 개념화되었고 이것은 존재세계를 해석하는 수단이 되었다.
음양개념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는 전국말기 『역전』에서 비롯되었다. 『역전』은 음양 관념으로 『주역』을 체계적으로 해설한 최초의 문헌이다. 『주역』에는 원래 음양 관념이 없었다. 『장자』「천하편」에서 유가의 육예에 대해 설명하기를 시(詩)는 뜻을 말하고, 서(書)는 일을 말하고, 예(禮)는 행실을 말하고, 낙(樂)은 조화를 말하고, 역(易)은 음양을 말하고 춘추(春秋)는 명분을 말한다고 하였다. 이는 전국시대에 이미 역을 음양으로 말한다는 의미로 역의 본원을 간파하였다.
역의 원리는 음양에 의해 전개됨을 말한다. 음효(陰爻)와 양효(陽爻)를 『주역』의 기본적인 음양 관념으로 보았다. 음양은 자연계와 인류사회의 저변에 상반상성하면서 통일되어 가는 동태적인 평형세력으로 철학적 사유가 내포된 개념이다. 이처럼 음양이 철학적인 의미로 등장한 시기는 춘추말기 내지 전국초기에 초나라 문화권에서이다. 농경과 윤리를 중시하는 내륙문화권보다는 적극적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연계의 신비를 해명하고자 했던 남방의 초나라 문화권과 해안의 제나라 문화권에서 찾아야 한다.
초나라 도가학파를 중심으로 음양상화설(陰陽相和說)이 유행하였으며 제나라에서는 음양소장설(陰陽消長說)이 유행하였다. 초나라 문화권에서는 노자, 장자, 굴원 등을 대표적 사상가로 들 수 있다. 제나라 문화권에는 추연을 대표적 사상가로 꼽을 수 있다. 그들은 자연현상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음양을 보다 중시한 부류는 초나라 문화권의 사람들이다.
추연은 음양이 서로 밀고 당기며 진퇴하는 음양소식이 춘하추동의 변화를 이루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추연은 음양의 소장(消長)과 상추(相推)는 계절의 변화와 주야장단의 변화를 일으켜 만물의 변화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나아가서 음양이기(陰陽二氣)의 소장을 무한하게 유추 확대하여 사회역사의 변화, 왕조의 교체까지 설명하였다. 추연의 음양론은 한대 동중서가 종합하여 정리하였다. 동중서는 음양오행 사상을 흡수하여 확대된 우주관을 펼쳤다. 그것을 이용하여 자연계와 인류사회의 질서 및 변화규율을 설명하였다.
동중서의 철학체계에서 하늘은 최고의 범주였다. 하늘은 대개 정체된 우주이되 일체의 사물을 주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우주관은 하늘을 주로 삼는다. 땅, 사람, 음양오행은 부분들이었다. 이처럼 철학적 개념으로 음양은 『노자』에 처음 등장하여『역전』과 『장자』『관자』를 지나면서 우주의 발생원리를 설명하는 핵심개념이 되었다. 그리고 진대의 『여씨춘추』전한의 『회남자』를 거치는 동안 음양은 마침내 오행과 융합하여 우주와 인사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발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