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동양학/역리학

음양의 상대성

청화거사 2013. 6. 20. 09:31

유교대사전에 나와 있는 음양과 오행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양이란 원래 태양의 向背를 가리키는 말로서 태양이 비치는 쪽을 양, 그 반대쪽을 음이라고 하였으나 후에 寒暖, 明暗 등 상반된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이것이 추상화되어 일체 사물의 상호 대립되는 측면을 의미하게 되었다. 또 오행이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元氣, 즉 목 ․ 화 ․ 토 ․ 금 ․ 수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오행의 相剋․相生관계에 의해 사물의 상호관계 및 그 생성변화가 설명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 중국 고대의 의학서적인 『皇帝內經』의 설명을 들어보겠다. “오행 중의 각각의 행은 언제나 다른 행을 낳고 또 다른 것에 의해 낳아지며, 다른 것을 제압함과 동시에 다른 것에 제압당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는 역시 동태적인 세력균형의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그 평형은 절대적인 정지가 아니라 운동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알 수 있다.

 

『內經』에서는 이러한 운동을 주기적으로 원점으로 회귀하는 순환운동으로 파악했으며, 그러한 순환운동을 사물의 정상적인 생성과 변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관해 張介賓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조화의 메커니즘은 낳아줌이 없을 수 없고 또한 눌러줌이 없을 수도 없다. 낳아줌이 없으면 발육에 말미암을 것이 없으며, 눌러줌이 없으면 오히려 지나치게 자라서 해가 된다. 따라서 낳는 것 가운데는 반드시 억제하는 것이 있어야 하고, 억제하는 것 가운데에는 낳는 것이 있어야만 쉼 없이 운행하여 서로 대립하는 것들이 서로를 이루어줄 수 있다.」” 위와 같이 五行에는 음양의 待對的 기능과 동일한, 상극과 상생으로 인한 ‘억제와 촉진’의 상대적인 역할이 내재해 있어서 부단한 변화 속에서 사물의 형성과 존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동중서는 음양을 천지만물의 형성과 변천의 근원으로 인식하여, 유교대사전에 “천지의 기는 합해져서 하나가 되고, 나뉘어서 음양이 되며, 쪼개져서 사시로 되고, 분열되어 오행이 된다.”고 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다른 견해로 주돈이의 『太極圖說』이 존재하여, 동 사전에 “그는 오행을 오기로 파악하면서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고 음양은 하나의 태극이라고 설명하여, 음양 속에 태극이, 오행 속에 태극과 음양이 존재한다고 보았다.”고 한 내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주돈이의 견해는 우주 전체 기운의 수직적인 分化에 의한 만물의 형성을 주창한 동중서의 입장과는 다소 상이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위와 같이 주돈이의 철학에서는 우주형성의 질서에서 음양과 오행, 태극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서로를 내포하는 수평적인 관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天을 근본으로 하는 지상의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내재되어 있는 ‘천변현상에 의한 재이의 발생’을 다루어 나가는 본 연구에서는 통치 질서의 정당성을 강조하여 왕권의 강화에 기여해 온 측면이 있는 동중서의 입장을 따르려고 한다. 
 

세상의 우주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음과 양은 태극의 천지창조 순간부터 동전의 양면과 같이 동시에 존재하여 왔다. 그러한 음양은 언제나 서로 보완하고 반응하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거쳐 새로운 사물의 형성과 소멸로 승화되는 우주변화와 순환의 無邊한 원리를 도출하게 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음양 상호간 대립과 變轉이 부단히 승화되어 진행되는 원리의 나타남이 道인 것이다. 천지의 道를 계승해서 실천하는 것이 善이며 天賦의 公平無私는 변함이 없다고 하여도 각자 성품의 그릇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도덕적 판단과 인격의 완성은 상이하다는 것이다.

한 번 陰하고 한 번 陽하게 함을 道라 이르니, 계속하여 함은 善이요, 갖추어 있음은 性이다. 

그러한 상대성에 의해 時空으로 형성되어 있는 우주에서 가변적인 시간은 양이고 종속적인 공간은 음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양인 시간은 공간적 배경에 의해 숙명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거나 태어날 때 타고난 운명의 정해진 진로를 향하게 되므로 陰的인 예정된 고정적 요소도 지니게 된다. 고정되어 존재한다고 인식되고 있는 음인 공간도 태양계와 은하계의 공전에 의해 위상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陽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상 만물은 모두 서로 일맥상통하여 상호작용을 통해 인과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비교되고 대립하고 있는 세상만사의 현실상황을 반전시키는 음양의 상대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生死가 변천하고 순환하며 是非의 가치판단 기준이 변환하여 사물의 상대성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이러한 장자의 음양에 대한 상대주의적 견해가 현실세계의 진정한 진리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이와 같이 뒤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천변재이의 발생에 대한 因果의 논점에서, 天人分離와 天人相關의 논리가 사안에 따라 상호보완이 된다고 생각하는 다소 융통성 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만물은 저것이 아닌 게 없고 이것이 아닌 게 없다. 저쪽에서 보면 보이지 않으나 자기가 보면 보인다. 따라서 저것은 이것에서 나오고 이것은 또한 저것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이것과 저것을 방생의 설이라 한다. 그렇기는 하나 태어난 것은 죽게 되고 죽은 것은 또한 태어나게 된다. 가능한 것은 불가능하게 되고 불가능한 것은 가능하게 된다. 옳은 것이 원인이 되어 그른 것이 있고, 그른 것이 원인이 되어 옳은 것이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그 같은 상대적인 설에 의지하지 않고 하늘의 이치에 비추어 보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옳음이다. 

그러나 우주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생성과 소멸’의 내재적인 순환원리로서의 ‘음양의 조화와 균형’도 천지의 高低로 대변되는 차별적인 樣態의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안목과 동일한 견지에서, 인간사회의 상하와 강약, 대소의 수직적이고 불균형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부조화된 현실의 양상을 역설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그것은 古來로 국가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한 지배층이 아래와 같은 논리로써 지배질서의 안정을 이상적인 陰陽의 조화로 인식하여 왔기 때문이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서 군신이 정하여지고 낮은 것과 높은 것이 벌려 있어서 귀천의 자리가 있고, 動靜이 常道가 있어 작고 큰 것을 달리하고, 道는 類로써 모이고, 물건이 무리로써 나누어지는 것은 性命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최초로 음양론을 체계적으로 천명사상에 응용하여 지배층의 통치이념 강화에 기여한 동중서도 항상 순환하지만 수직적인 位相을 차지하는 음양의 특성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그는 음에 대한 양의 우위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사회의 고정된 질서를 전제로 한 변화를 언급하여 ‘현실 속에서의 안정과 미래로의 변화’의 다소 모순된 양면성을 동시에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극단에 치우치게 양은 긍정적으로 높이고 음을 부정적으로 낮추고 있는데 이는 음양에 대한 선악의 가치판단에 있어 이분법의 흑백논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아래와 같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감정에 좌우되는 신들처럼 음양을 인격화된 하늘로서의 차별적인 표현 형태라고 보았다.

“天地의 일정함은 한번은 陰이 되고 한번은 陽이 되는 것이다. 陽은 天의 德이고 陰은 天의 刑이다.” 이것은 陰과 陽을 상대하여 緩急生殺의 작용을 擬人化해서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음양설은 우주만물의 상반된 본질을 규명하여 각기 고유한 특성을 발현하는 만물의 실체를 나타내어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양을 상위로 하고 음을 하위로 하는 인간사회의 현실에 부합한 수직적 統治질서의 기본개념을 도출함으로써 조직과 사회체제의 안정적인 운용에 있어 이론적이고 사상적인 기반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한편 음양론은 지배구조를 위한 통치이념으로서 작용하는 현실을 벗어난 내세에 대한 인간의 관념에서 현실세계에서의 상하의 차별이 아닌 사물에 대한 선악개념을 표현하는 가치판단의 도구적 형상화와 긴밀하게 결부되어 왔다. 그러한 내세사상을 대표하는 관념인 ‘죽음’은 어두운 陰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가치판단에 있어 통합론적인 견해를 주로 내세우고 있는 동양에서는 음양의 조화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여 죽음이 영원한 사멸이 아닌 희망의 새로운 생명으로서의 陽의 胎動으로 간주하여 왔다. 그리고 동양권에서는 죽음의 聯想과 부합하는 暗黑의 대표적인 시공간적 표상으로서의 달이 평안과 안식의 이상적 고향이자 양과 더불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음의 筆頭로 여겨져 그것의 긍정적 특성인 ‘靜的인 美’의 대명사로 대단한 찬사를 받아 왔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선악과 是非의 확연한 분리를 추구하는 이원론적인 도덕론을 표방하는 서양에서는 어두운 밤에 뜨는 달을 사특하고 음침한 陰의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보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의 전설에는 무서운 악령이 휘황찬란한 달밤에 출몰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다시 광명(陽)의 새벽이 밝아 오면 괴력을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서구의 대표적 유령인 드라큘라 백작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가치판단에 있어 東西가 비록 그 견해는 서로 상당히 다르지만 음의 선두주자로서의 달은 동양에서도 공포의 악귀가 출현하는 심야의 시간적 지표로써 보편적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달에 대한 공통적인 추상적 이미지는 동서양 모두 암흑의 혼령이 지배하는 陰적인 시공간적 배경으로 포장되어 왔다. 
 

그리고 인간의 내세에 대한 관심에서 발원한 종교의 측면에서 음양의 특성을 규명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서양에서는 로마제국이 확립되고 크리스트교가 공인된 후, 영혼의 세계에서 생사의 구분이 모호한 윤회설의 유포를 금지시켜 천국(양)과 지옥(음)의 이원론적인 직선(直線)적 내세관이 정착하게 되었다. 반면 동양에서는 음양의 광명과 암흑을 변화와 순환에 의한 동일한 실체로 파악하고 그 인식을 내세에 대한 관념세계에까지 확장하여 생사는 별개가 아니라는 순환론적인 곡선(曲線)의 종교관이 성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동양세계는 부조화된 현실과 격리된 관념에서의 음양조화로 채색된 이율배반적이고 상호모순적인 종교관을 바탕으로 사후세계에 대한 통합적인 인식을 하였다. 그래서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에서 음양의 조화와 균형의 바람직한 가치체계를 확립하여 현실세계에서의 신앙적인 발현을 통해 음양의 부조화에 따른 집단 내부의 수직적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여 사회통합을 추구하려고 하였던 것이다.(자료인용 : 이화연, 동양학박사학위 논문, 천변(天變)과 재이(災異)의 상관성에 대한 역사적 사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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