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일주론

신해(辛亥) 일주의 해석

청화거사 2018. 2. 12. 09:42

신해(辛亥) 일주의 해석

 

신해는 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졌다. 신금은 수렴 운동을 마무리하는 기운으로 경금에서 계속적으로 외부세력이 더 진행된 모습이다. 무르익은 가을이라 모든 결실이 구분되어 수확을 위해 떨어지는 시기이다. 천간 중에 가장 매섭고 날카로운 성질을 지녀 완벽함을 추구한다. 음양 운동에 의해 해수는 만물을 걷어 들여 씨앗을 만들기 시작한다. 과일이 떨어져 땅속에 들어가 다시 씨앗으로 연결되는 시기이다. 생명이 깃들 수 있는 비교적 넓고 얕은 바다에 비유한다. 동물로는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짐승으로 복돼지, 돼지꿈 등 복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돼지를 의미한다.

 

해수 지장간에는 무갑임(戊甲壬)이 암장되어 있다. 오행은 다섯 개의 고정된 물질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상생상극을 통하여 그들끼리 변화를 일으킨다. 지장간의 오행들은 일간과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상호작용을 한다. 육친으로 보면 무토는 정인, 갑목은 정재, 임수는 상관을 의미한다. 이들 육친들은 일주라는 공간에서 사주팔자와 연결망을 형성해 서로 대립하면서 끌어당겨 다양한 변화와 긴밀한 협동을 이룬다. 상관이 정재를 도와주고 정인이 상관을 제어하는 형태이다. 더 나아가 정재가 정인을 견제하는 흐름으로 상관의 기질이 조금은 절제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상관은 상관이다.

 

여명에서 관성은 남편은 말한다. 신해 일주는 남편이 들어와야 할 자리에 상관이 극으로 밀어내고 있다. 상하게 하여 쪼그라들게 한다. 거기에다 고란살이 더해져 남편과 인연이 약하다. 이러한 요인들이 부부 사이를 방해한다. 사주 구조가 일그러졌다면 가정이 깨질 확률이 높다. 해수는 생식 비뇨기 계통을 의미한다. 수 기운이 강해 성욕이 강하다는 암시다. 이혼을 하더라도 이성 친구를 갈구할 수밖에 없다. 자신으로 인해 남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혹시나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내 탓으로 돌려야 그나마 낫지 남편 탓으로 여기면 더욱 힘들어진다.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든가 아니면 연하가 어울린다.

 

십간십이지는 운명의 변화과정을 추론할 수 있는 진단도구이다. 누구나 해마다 바퀴 돌듯이 돌아오는 세운에 의해 변화를 겪는다. 신해 일주에서 화는 관성이다. 정화(丁火) 기운이 유입되면 화로 위에 있는 신금을 녹여 버릴 수 있어 이를 꺼린다. 극으로 쪼개고 일그러지게 해 힘들어진다. 부부 사이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신금은 주옥으로 수 기운으로 씻어서 자신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사화(巳火)가 들어오면 지지에 있는 해수와 충돌을 일으켜 파괴된다. 이혼의 조짐이다.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해수 안에 있는 갑목 정재와 사화 안에 있는 경금 겁재가 치열하게 싸워 재물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거기에다 신경계통을 자극하므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직장인은 구조조정에 휘말릴 수 있다. 남명은 자식 걱정 일들이 생긴다. 대운이 좋은 운으로 들어온다면 묵은 때를 털어버리고 발동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쁘다면 추락의 전조현상으로 피해가 크다. 병화 운이 도래하면 천간의 결합 법칙에 의해 병신(丙辛) 합으로 수 기운을 생성시켜 관성을 무력화시킨다. 실질적인 작용력은 미흡하지만 정신적으로 남편이 싫어진다. 미혼 여성이라면 정관과 간합하여 식상을 발생시키므로 결혼운으로 작용한다. 직장에 다닌 사람이라면 조직과 인연이 다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직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작용력이 강해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때 신강한 사주라면 힘이 있어 그런대로 버틸 수 있다. 반대로 신약하다면 저항력이 약해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버린다. 신강한 사주냐 신약한 사주냐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난다. 만약에 인수가 있다면 식상의 기운을 억제시켜 주기 때문에 작용력은 달라진다. 또한 재성으로 상관의 에너지를 설기시켜 준다면 그나마 낫다. 대체로 일지에 상관이 세력을 갖추고 있으면 남편이 들어와야 할 자리에 극으로 옥죄여 무력화시키므로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 사주의 구조를 보고 판단해야 되지만 이혼의 빈도수가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명에서 정재는 부인을 의미한다. 다른 간지에 정재가 드러나 있지 않다면 해수 안에 있는 갑목을 부인으로 맞이해야 한다. 식상이 힘을 보태 정재를 도와주고 있다. 배우자가 안방으로 들어오기 쉬운 구조이다. 마누라에게 잘해주는 스타일이다. 정재를 끌어당기므로 견인력이 강해 금슬이 좋은 편이다. 십이운성으로 생지이면서 신살로 금여이다. 감각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 갑목이 장생지에 놓여 생기발랄하면서 유머감각이 있는 배우자를 선호한다. 해수가 욕지면서 수 기운으로 생물학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성적으로 불만이 없다는 암시도 된다.

 

여명에서 상관은 자녀가 된다. 배우자 궁에 자리 잡고 있다. 자녀 출산 후부터는 남편과는 멀어지고 자녀에게 온 정성을 쏟게 된다. 갈등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거기에다 식상이 목욕에 놓여 어설픈 사주라면 놀기 좋아하고 속을 썩이는 자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남명에서 정관은 자식을 말한다. 상관이 극으로 상하게 하여 정서적으로 맞지 않아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러한데도 정재가 정관의 텃밭 역할을 하므로 부인이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인 덕은 괜찮지만 자식 덕은 미흡하다는 것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신해 일주는 기본적으로 식상 생재를 이루고 있다. 해수가 상관이면서 역마이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시그널이다. 갑목이 정재이다. 시장이 작아 노력한 만큼 성과는 적다. 하지만 저장성과 돼지의 습성으로 먹을 복은 타고났다. 해수가 갑목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무토가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다.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다만 일간이 욕지에 앉아 에너지가 약해 장악력이 떨어진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지 않으려면 자산관리에 신경을 쓰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신해 일주는 상관의 세력이 강해 재성을 살리므로 아버지와 인연은 좋은 편이다. 사주 구조가 짜임새 있다면 혜택이 따른다. 정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엄마를 의미한다. 무토가 상관의 기질을 억제시켜 주므로 엄마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인이 일간에게 힘을 보태 엄마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도움을 받는 측면이 강하다. 상관의 세력이 강해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의 혜택이 크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끌리는 스타일이다. 돈이 있으면 정인의 영향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정재가 정인을 자극해 투기성보다는 문서 형태의 재물을 선호한다.

 

신해 일주는 이미 다듬어진 금이 수를 만나 깨끗해지므로 금백수청(金白水淸)이다. 두뇌가 총명하면서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금여(金與)를 보아 영리하고 용모가 단정하지만 차가운 기질을 지니고 있다. 상관의 영향으로 예체능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다. 창의적으로 꾸미고 가꾸기를 좋아한다. 날카로운 칼의 자형으로 바른 소리를 잘한다. 하극상의 기질이 있다. 천문성과 현침으로 영감이 발달되어 삶에 유용한 도구가 된다. 상관이 욕지면서 나체 도화로 유흥문화에 빠져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 돼지는 다산을 상징한다. 성욕까지 강해 평온한 삶을 살려면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통제력을 지녀야 한다.

 

사주를 이해하려면 수없이 많은 이론과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주 해석에 필요한 구성요소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주 분석에 필요한 다양한 변수들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부담스럽고 버거운 일이다. 그러나 사주 판단은 사주의 주체와 분석하는 간명자 간의 일체가 형성돼야 한다. 거기에다 영감이 더해지면 더욱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주만 가지고 추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주 분석을 통해 섣불리 예측하기보다는 사주팔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능력과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태도를 가져야 원하는 정보에 근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