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일주론

신묘(辛卯) 일주의 분석

청화거사 2017. 9. 25. 10:03

신묘(辛卯) 일주의 분석

음과 음으로 결합된 일주이다. 봄과 가을의 만남으로 신금이 묘목을 극하여 서로 다투면서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금은 가공된 금으로 칼, 보석, 바위, 장신구 등을 의미한다. 묘목은 어린 나무로 꽃이나 풀에 비유할 수 있다. 뾰족한 바위틈에 화초가 돋아난 모습으로 신금의 차가운 기운 아래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묘는 토끼다. 잘못 짜인 사주라면 힘에 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깡충깡충 바쁘게 뛰어다닌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운명의 정보를 더욱 쉽게 풀 수 있도록 자연현상을 의인화해 모든 이치를 문자로 압축시켜 놓은 구조가 사주팔자이다.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시스템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과 변화과정을 추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내면의 심리 세계를 살필 수 있는 지장간을 보면 갑목과 을목이 암장되어 순수한 목 기운으로만 이루어졌다. 십신으로 갑목은 정재, 을목은 편재로 재성의 기운이 강한 일주이다. 공간 활용능력이 탁월하고 재물에 대한 감각이 발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간이 절지에 빠져 도무지 힘을 쓸 수가 없는 형태이다. 치열한 승부근성이 있어야 재물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리고 있다.

신묘 일주는 봄에 씨앗을 심고 가을에 거둬들이는 속성으로 돈 욕심이 남다르다. 하지만 대인관계가 서툴고 듣기 싫은 소리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해 생각만큼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재물을 좇아 운명의 수레바퀴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 있다. 천성적으로 자아의식이 약해서 한번 실패하면 우연을 운명으로 해석하고서 아예 자포자기를 해버리는 성향을 드러낸다. 편재와 정재가 섞여있어 혼란을 겪지만 돈을 모으면 재성이 절지(絶地)에 들어가 관리는 잘하는 편이다. 도화의 성질로 축적해 놓은 재산을 육체적인 욕망이나 사치로 낭비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남명은 배우자 궁에 정재와 편재를 두고 있어 재테크에 능한 여성을 선호한다. 닭띠나 토끼띠이면서 교사, 의류, 문학, 건축, 디자인, 기획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다. 재성이 절지에 빠지면 기가 센 마누라에게 의지하게 된다. 의사결정이 신속하지 못해 부인이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해야 하는 아픔이 있다. 대체로 재성이 혼잡되면서 도화의 성질이 더해지면 바람을 피우다 발각되어 부부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거기에다 유금이 들어와 충을 하면 이혼의 전조현상으로 이상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헤어지면서 금전손실과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이다.

편재가 건록으로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에 세력을 지닌 시어머니가 앉아 있다. 어쩌다 부부간에 갈등이 일어나면 심약한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의지하여 질투심을 유발한다. 남명에서 편재는 부친이 된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들어가 을목 편재가 신금을 보면 편관이다. 날카로운 칼날이 유약한 나무를 베어버리는 모습으로 무능한 자식이 연로한 아버지를 힘들게 하고 있다. 백수 한량이 부모의 유산으로 바람을 피우면서 유흥을 즐기는 캐릭터이다.

일간이 뿌리가 약해 직장생활이 어울리는데 재성이 혼잡되어 운의 변화에 따라 사업 욕심을 자꾸 낸다. 귀가 얇아 큰소리치면서 창업을 시작하지만 어려움이 닥치면 지혜롭고 대처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져 버린다. 절지의 한계를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만약 대운의 흐름이 괜찮다면 인내와의 싸움이다. 운 좋게 돈을 벌더라도 신금 비견에게 두들겨 맞아 빼앗길 수 있으므로 자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주위에 있는 육친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사업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부부간에 동업 형태를 취하는 게 오히려 낫다. 하지만 신왕 하면서 식상 생재의 구조를 이루면 타고난 감각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신금과 묘목이 결합하면 하얀 토끼의 상으로 총명하고 순수하지만 냉정한 면이 있다. 날카로운 칼로 나무를 다듬는 물상으로 남녀 모두 깔끔하고 스타일이 좋아서 어떤 옷을 입어도 옷맵시가 난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선도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도화의 성질로 상대의 마음을 빼앗는 묘한 매력을 지녀 시선을 끄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참견하는 피곤한 사람들이 많다.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결단력과 실천력이 필수인데 소심한 성격 탓으로 변덕을 잘 부리면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

일간과 일지가 극으로 상반된 성격을 지니는데 겉과 속이 달라 괜한 의심으로 불안감을 조성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유형이다. 만약에 일간의 주변 환경이 불안정하면 유연성과 융통성이 부족한 결점을 안고 있으면서 원칙과 소신이 없는 무능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인간관계나 일처리 방법을 되돌아보고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고쳐나가면 될 것을 애꿎은 운명만 탓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전제조건은 바로 에너지가 강한 사주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띠게 된다.

명리학도 기존에 있던 것을 참고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사고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 옛 것을 익히되 변함을 알고 새것을 만들되 옛것에 능해야 한다. 학문은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실용성이 없다면 죽은 학문이나 마찬가지이다. 명리학에서 일주만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운명 추론 도구의 한계성 속에 있지만 사주팔자를 간명하는 원칙 속에 연결되어 있다. 고전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사주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 것도 운명의 비밀을 해독하는데 유용한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