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일주론

임진(壬辰) 일주의 특성

청화거사 2017. 10. 2. 13:58

임진(壬辰) 일주의 특성

임진 일주는 차고 연한 기운과 끈끈하게 결합하려는 기운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물은 화학적으로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로서 생물이 존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성분이다. 임수는 지혜의 근본으로 가두고 저장하며 큰 바닷물과 호수를 상징한다. 포용력과 융통성으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진토는 묘의 남은 여기인 을목과 계수가 있어 풀이 있는 습한 늪지에 비유할 수 있다. 나무가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의 땅이다. 임진 일주는 봄이 끝나는 달로서 하늘에서 봄비가 내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진토 안에는 맡은 바 역할이 다른 을계무(乙癸戊)가 유기적으로 교감하면서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간에 대입하면 을목은 상관, 계수는 겁재, 무토는 편관으로 비식관(比食官)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 육친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상호작용 속에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과정을 알려주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임수 자체가 큰물이고 진토는 수의 고지(庫支)로서 속이 깊어 마음과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여명에서 관성은 남편이 된다. 부득이하게 무토 편관을 남편으로 인연을 맺는다면 조화가 무너지면서 자신의 묘지(墓地)에 들어가 힘들게 하는 존재로 변한다. 거기에다 음양 운동에 의해 진토가 수시로 변화를 겪으면서 훼손되어 사이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면서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신약한 사주라면 편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능력이 없어 고통은 더욱 심하다. 임수의 창고인 진토를 깔고 있으면서 암합을 하여 남편이 바람둥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녀 공히 배우자 궁이 묘지에 놓이면 고독을 실감하는데 그것이 올무가 되어 무늬만 부부처럼 살아갈 수 있다.

남녀 모두 괴강살의 물리적 힘이 가해지므로 타인을 제압하려는 기질과 고집이 세다. 봄비가 푸른 초원을 적시는 형상이라 성적인 욕구도 강한 편이다. 여기에 더해 진토 안에 상관이 암장되어 가끔씩 유흥문화에 빠져들 수 있다. 겁재가 상관을 보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들과 친하게 지내지만 운이 나쁠 때 음해 모함으로 뒤통수를 치는 잠재적 경쟁자이다. 겁재의 영향으로 나름 성취욕을 지녔지만 에너지가 약해 위기상황에서는 갈팡질팡하면서 쉽게 무너져 버린다.

여명에서 을목 상관은 자식이다. 총명하면서 언변이 유창하지만 한 번씩 상처를 주는 독설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설령 성공하는 자식과 인연해도 묘지에 들어가 덕을 보기는 힘들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남명에서 무토 편관은 자식으로 본다. 배우자 궁에 앉아 있어 마누라보다 애정을 더 쏟지만 세월과 함께 부담스러운 존재로 마주하게 된다. 대운과 세운의 상호관계에 의해 진토가 자신의 고유한 성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변질되기 때문이다. 진토 안에 상관과 겁재가 공존하므로 부자지간에 갈등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진 일주는 을목 상관이 숨어 있어 자유분방하면서 어디로 튀지 모르는 행동을 보인다. 계수가 을목에게 터전을 마련해주어 남다른 감각으로 예체능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용트림하려는 흑룡이 화가 나 폭발하면 통제가 안돼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술 한잔 마시면 시 한수 읊조리면서 낭만을 만끽할 줄 아는 매력을 지녔지만 주사를 부려 감정 노출을 심하게 드러낸다. 끈기가 부족한 점을 고쳐야 내면의 욕구를 꼼짝 못 하게 옥죄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임진 일주는 큰물의 위용만큼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계획이나 희망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수완가들이다. 편관이 괴강이면서 용이다. 신강한 사주라면 권력지향적이면서 스케일이 큰 이상주의자이다. 성격적으로 과단성이 있어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여간해서는 자신의 소신을 쉽게 굽히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무계(戊癸) 합으로 재성을 생성시켜 편관의 고유한 성질이 변해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조직을 이용해 남모르게 재물을 축적하고픈 잠재적 욕구를 지녔다는 신호이다.

임수는 물이 흘러서 가야 하는 목적성이 있다. 거둬들이고 주어 담으려는 곳간의 속성으로 소유욕과 물욕이 대단하다. 재물 그릇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면 여간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임수는 작은 물줄기를 의미하는 계수의 도움이 필요치 않아 겁재의 기질은 약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챙겨줘야 하는 형제나 지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토는 수를 극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진토는 수 기운을 머금고 있어 강한 물을 차단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흙을 휩쓸어 갈 수 있다. 이는 강한 사람 앞에서는 자신을 낮추지만 약한 상대를 만나면 오히려 무시하는 성향을 지녔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요즘 사회는 정밀한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 기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주상담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다. 인공지능과 한판 승부를 벌이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시대상황에 맞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생애 지도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적의 주기성을 조언해 주려면 일주 분석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부분의 집합체로서가 아닌 그 전체가 하나의 통합된 유기체로 연결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주팔자를 입체적으로 봐야 미세한 영역까지 관찰할 수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정신적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