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일주론

을해(乙亥)일주의 분석

청화거사 2017. 6. 4. 16:58

을해(乙亥) 일주의 분석

 

을목은 초목이 굽어진 채로 흙을 뚫고 나오는 것으로 생장의 뜻을 지닌다. 비록 초목이지만 강인하고 끈질긴 특성의 캐릭터이다. 해는 열매 속을 뜻하는 핵()이나 문을 잠근다는 애()와 같은 글자로 본다. 10월에는 만물이 폐장되므로 모두 핵 속으로 들어가 밖을 막는다는 의미가 있다. 해수는 생명이 숨 쉬는 얕은 바다, 호수, 강물에 비유할 수 있다. 을해(乙亥)는 나무와 물의 결합으로 물 위에 떠다니는 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상황이 녹록지 않아도 특유의 유연성과 질긴 생명력을 지닌 일주이다

 

사주는 삼라만상의 자연현상을 오행이라는 글자와 연결고리로 압축시켜 놓은 집합체이다. 해수 지장간에는 무토, 갑목, 임수가 있다. 각각 정재, 겁재, 정인에 해당한다. 이들은 제한된 영역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지만 천간의 글자들과 합()으로 끌어당기거나 하여 변화를 겪는다. 내부적으로는 암암리에 음양의 짝을 찾아 은밀하게 움직인다. 이들끼리는 복잡한 사슬 관계로 커다란 그물망을 형성하여 운명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 과정에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을해 일주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우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가졌다. 인수의 영향으로 학식이 깊고 인품이 고결하여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만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맑은 심성으로 사색과 연구, 명상과 기도 등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물질적 가치보다는 도덕적 가치를 소중히 여겨 타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겁재가 장생지에 있어 겉으로는 선하게 보이지만 내면 깊숙이 승부근성의 씨앗은 안고 있다. 온화한 성격으로 무슨 일이든 크게 무리수를 두지 않는 편이다. 다소 결단력이 부족하여 우유부단함과 무른 성격으로 인식될 수 있다. 고정관념에 묶이지 말고 보다 폭넓고 자유로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면의 심리를 엿보면 무토 정재가 있어 월급 받으면서 한 푼 두 푼 저축하는 성실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남명이 부득이 아내로 맞이한다면 알뜰살뜰 꼼꼼하게 살림하는 마누라이다. 하지만 중기에 겁재가 있어 형제나 지인들로부터 재물을 빼앗기는 아픔이 있다. 내 돈이 내 것이 아니라는 암시로 재물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들은 대칭적 관계로 남명이라면 경쟁자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빼앗길 수 있다는 하나의 가설이 성립된다. 겁재는 장생지에 임하고 정재는 절지에 임하여 힘의 차이가 심하다. 이러한 추론은 정도의 차이가 있어 사주의 구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배우자 궁에 정인이 임하여 어머니 같은 포근한 배우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고부간에 갈등의 씨앗을 안고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에너지가 강한 사주라면 무슨 일이든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반대로 약하다면 힘든 일이 닥칠 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의지하는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운에 의해 성격이 변화를 겪지만 기본적으로 여린 마음을 고쳐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한다면 윗사람의 혜택으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 정인이 지살이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거나 해외를 오가는 직장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사주는 자연론적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본다. 우주 안의 존재, 지구 안의 존재로서 태어날 때 자연계에서 받은 기운의 성격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다. 하지만 움직이는 우주적 패턴인 운에 의해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가령 해수는 갑목의 생지(生地)가 되어 수생목(水生木)의 작용이 강하지만 주위에 물이 범람하면 을목인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썩게 된다. ()이나 묘()를 만나면 에너지를 보충해주므로 자생력이 강해져 다른 간지들을 관리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에게 공격을 받거나 끌려 다니면서 무시를 당하게 된다.

 

사화(巳火)가 오면 상반된 기운인 물과 불의 만남으로 충돌을 일으킨다. 충으로 촘촘히 짜인 이해관계의 네트워크가 무너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을 보면 유약한 을목이 공격을 당하게 되는데 방어능력이 없다면 충격이 크다. 만약에 금이 없다면 관인 상생으로 에너지를 소통시켜 주위의 도움으로 취업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 ()를 보면 물이 흩어지거나 막히게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지 못한다. 흙이 많으면서 두터우면 물길이 막혀 어려운 일들이 발생한다. 이처럼 극을 하는 쪽과 극을 당하는 상대가 있으며 도움을 주는 쪽도 있다. 시기적으로 극을 할 때와 당할 때, 도움을 받을 때를 관찰해야 통변의 묘미를 살릴 수 있다.

 

일주만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자연에 비유하면 일주 분석은 구름이 걷힌 것과 같고 사주 전체를 보는 것은 해가 환히 비추는 것을 말한다. 구름이 완전히 제거되면 태양이 밝게 비추듯 원국과 대운을 종합적으로 보고 간명해야 운명의 비밀들을 환희 볼 수 있다. 사주를 이루는 팔자들 간의 상호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