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다래헌/일주론

병자(丙子)일주의 심층분석

청화거사 2017. 6. 13. 11:19

병자(丙子) 일주의 심층 분석

 

()은 양() 중의 양으로 십간 중에서 가장 양의 기운이 강하다. ()는 낳는다는 뜻으로 밖은 추운데 안으로는 미세한 양의 기운이 시작된다. 만물이 휴식기에 들어 기운이 안으로 갈무리되고 응축되는 시기이다. 병자 일주는 불같이 확산하려는 기운과 차고 연한 기운의 만남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맑은 호수의 모양으로 지평선 위로 떠오른 일출을 연상시킨다. 일지가 태궁(胎宮)으로 유약한 성정을 지닌 일주이다.

 

()의 지장간에는 임수의 기운과 계수의 물질화한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찬물과 그 냉기를 나타낸다. 이들은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상호협력과 상호 감응에 의해 자신의 고유한 성질을 드러내려고 한다. 하지만 상반된 기운인 탄소와 수소의 결합으로 수화 상전(水火相戰)이 전개되어 일간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일간은 대응능력이다. 오행과 육친은 개별적 중심자로서 끊임없는 운동과 변화의 순환성을 가지는데 병자 일주는 에너지가 약해 다른 간지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주위에서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컨트롤타워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화는 밝고 빛나며 위로 상승하고 확산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병자 일주는 만물을 밝히는 태양의 속성으로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남에게 돋보이고 싶은 욕구와 사치를 즐기는 편이다. 자신의 내면을 거리낌 없이 노출시켜 비밀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다. 언제나 비추려는 성질로 모든 일에 관여하며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리더십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욱하는 성격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 수시로 부부간에 갈등을 겪게 된다.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

 

자수는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성향으로 땅이나 나무에 스며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병자 일주는 이러한 기질로 겸손하며 사람들과 잘 화합하는 유형이다.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자신을 버릴 줄 안다. 자수는 정관으로 도덕군자 같은 반듯한 성품의 소유자들이 많다. 비인살(飛刃殺)로 은장도를 품고 있지만 인내력이 부족하여 쉽게 싫증을 내고 매사에 지속성이 없다.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확실한 목표와 기준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릇을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그릇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비록 외향은 화려해도 자수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부근성도 약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고쳐야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사주팔자란 출생 시의 암호 도표이다. 운명의 시나리오를 논리적으로 해독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재된 비밀들을 풀어낼 수 있다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주를 대상으로 살펴보면 여명은 배우자 궁에 정관을 깔고 앉아 있어 에너지가 강한 사주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남편이다. 반듯하면서 책임감이 강하고 매력이 넘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가 약하면 대각선에 있는 정관이 나를 괴롭히거나 심적으로 고통을 주는 관계로 변한다. 남명은 음양살(陰陽殺)로 이성으로부터 유혹을 받거나 바람을 피워 돈까지 나갈 수 있다. 이혼을 하더라도 성욕이 강해 혼자 살 수 없지만 재혼해도 동일한 운명에 놓이게 된다. 지장간에 암장된 편관과 정관의 영향으로 내면 깊숙이 공명심과 명예 욕구가 강하게 일어난다.

 

타고난 명이 시시때때로 어떻게 자극받는가를 예측하여 미묘하고 복잡한 인생의 변화과정을 추론하려면 십간십이지의 순환과정을 살펴야 한다. 가령 해수(亥水)가 오면 편관이면서 십이운성으로 절지가 된다. 일간이 관살 혼잡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사주가 물바다가 되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다. 천만다행인 것은 천을귀인이 해로움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다. 축토(丑土)가 도래하면 상관이다. 합으로 정관이 상관에게 흡수되어 직장인은 구조조정에 휩쓸리든가 혹은 퇴사할 수 있다. 여명은 남편과 불화의 조짐이다. 남명은 일시적으로 자녀로 인한 걱정거리가 생긴다.

 

인목(寅木)이 오면 편인과 정관의 만남이다. 관인 상생이면서 일간에게 에너지를 보충해주어 좋은 일들이 생긴다. 학당귀인의 영향으로 공부하는데 몰입이 잘되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합격의 소식이 온다. 직장인은 역마성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으며 결재권이 올라가고 승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묘목(卯木)이 오며 십이운성으로 목욕지면서 자묘형의 작용을 일으킨다. 색정을 조심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발현되면 정인과 정관이 조화를 갖추어 좋은 일들이 발생한다. 진토(辰土)를 만나면 합으로 끌어당기므로 수 기운이 강해져 한냉한 물이 된다. 사화(巳火)가 오면 일간에게 아주 반가운 오행이다. 에너지를 보충해주므로 자신감이 생겨 뭔가를 도모하려고 한다. 중 계수와 중 무토가 무계(戊癸) 합으로 은밀하게 암합을 이룬다.

 

오화(午火)를 보면 자수와 상반된 기운끼리 충돌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서로 힘이 같은 상태라면 결국에는 수가 이긴다. 미토(未土)를 보면 극하는 관계지만 한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자수를 해동시켜주므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원진으로 주위 사람들과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신금(申金)을 만나면 금생수로 물바다가 되어 사주의 균형이 급속히 무너진다. 유금(酉金)이 오면 정재가 천을귀인과 도화성으로 남자라면 이성적 만남이 이루어진다. 아쉽게도 공망으로 삐걱거린다. 술토(戌土)가 오면 조토에 물이 흡수되어 힘을 잃는다. 백호대살이면서 십이운성으로 묘지에 들어가 답답함을 느끼는 운이다.

 

이러한 추론은 일주로 범위를 한정하여 단순하게 접근한 것이다. 일주를 궁구하여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될 수 있다. 일주만 대상으로 해석하다 보면 미흡만 부분도 많지만 임상이 쌓이다 보면 전체를 간명할 수 있는 능력이 열리게 된다. 그것은 전등을 켜면 방 안이 환해지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사주 전체를 종합적 시각으로 간명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올바른 정보 전달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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