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동양학/역리학

춘추번로에서 氣

청화거사 2014. 11. 1. 12:10

『春秋繁露』에서 氣

『춘추번로』를 저술한 동중서는 기를 도덕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기의 근원으로 ‘元氣’를 제시하였는데 원기란 음양이 조화를 이룬 기로서 만물의 근원으로 음양오행으로 나타난다. 그는 음양오행의 법칙을 천도로 보면서도 “양을 귀하게 여기고 음을 천하게 여긴다”고 함으로써 도덕적 가치를 그 속에 함장 시켰으며, 이를 사회적으로 확대하여 “임금은 양이고 신하는 음이다. 아버지는 양이고 자식은 음이다. 남편은 양이고 아내는 음이다”라고 하였다. 또 동중서는 맹자 이래 천인상관설을 계승하여 ‘天人感應說’ 을 수립하여 개인의 수신 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의 정치까지도 천지음양의 법칙인 中和에서 벗어날 때에는 하늘이 벌을 내리는 ‘災異說’을 주장했다.

기의 개념이 사상사적으로 큰 전개를 본 것은 송대부터다. 주렴계에서 시작된 송대 유학에서는 정이천과 주자가 기의 변화를 가져오는 내재적인 원리로서 이를 조정하고 理氣 二元論를 전개했다. 이기철학은 주자에 의해 체계가 세워진 뒤, 한국을 거쳐서(이퇴계와 이율곡) 일본에 전해짐으로써 일본 유학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명대에 들어와서 이와 기를 王陽明에게서 보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마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나아가 청대가 되면 장횡거 등의 사람을 연원으로 하는 ‘기의 철학’이 이기 철학에 갈음하여 유행하고 대진(戴震)의 명확한 기 일원론적 세계관으로 이어져 간다. 이처럼 기는 각 분야에서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 하면서 변화해 갔다.

고전적 측면에서 기를 살펴보았는데 기는 만물 생성의 근원이며 또 음양으로 분리되어 끊임없이 자발적인 운동변화를 통해 생멸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기는 만물의 근원이자 구성요소이며 운동변화의 주체로 자연의 사시변화에 따른 인간의 상응, 천인합일 등 생명수련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기를 현대적인 개념으로 정의하면 기란 생명과 물질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미약에너지 혹은 물질세계와 정신세계를 함께 포괄하는 미약한 정보에너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과학적 개념과 용어들 중에서 기라는 동양적 개념을 설명하기에 가장 유용한 것은 에너지(energy)라는 단어이다.

서양에서 기의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에너지를 미약에너지(Subtle Energy)라 명명했다. subtle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서구에서 발달한 현대과학은 철저하게 심신이원론을 그 바탕에 깔고 출발한 패러다임으로 물질계와 정신계를 둘로 나누어 놓고 물질세계로서의 우주와 생명만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탐구해 가는 것이 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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