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理와 氣의 개념
유교(儒敎)에서 이(理)는 본래 ‘구슬 옥(玉)’과 ‘마을 리(里)’가 합쳐진 형성문자로써 옥석(玉石)의 맥리(脈理)를 말하였다. 대체로 이(理)라는 개념은 서양의 ‘자연법(自然法)’과 같은 함의(含意)를 가지고 있다. 원래 이(理)라는 글자는 옥(玉)을 다듬는다는 치옥(治玉)을 뜻하는 글자로 만들어진 것이며, 옥(玉)의 무늬문(紋)에서 조리(條理)라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옥(玉)을 다듬고 가공하는 사람은 그 맥리(脈理)를 살펴보았는데, 그 뜻에서 이(理)가 '다스리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理)에는 형이상학적 개념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기(氣)는 우주만물을 생성하는 물질적 재료이며, 이(理)는 만물이 생성되는 원리이다. 만물이 생성되면 기(氣)는 그들 각자의 물질적 형체를 이루고 이(理)는 그들의 본성이 된다. 기(氣)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구성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이 생명활동을 영위해 나가는 에너지를 뜻한다. 따라서 기(氣)란 스스로 생성 ․ 변화 ․ 소멸의 힘과 질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외부의 개입이 없이도 생명활동을 영위해 나가게 된다. 원래 기(氣)라는 글자는 숨소리식(息)를 뜻한다.
성리학(性理學)에서 이기론(理氣論)을 형이상학(形而上學)으로 정립한 것은 북송(北宋)의 장재(張載)가 최초로 ‘태허(太虛)는 곧 기(氣)’라고 주장하고, 도(道)와 기(氣)를 체(體)와 용(用)으로 정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정이천(程伊川)은 이(理)와 기(氣)의 관계에 “지극(至極)히 은미(隱微)한 것은 이(理)이며 지극히 드러난 것은 상(象)이다. 체(體)와 용(用)은 근원이 하나이며 드러남과 은미(隱微)함에 간격(間隔)이 없다” 고 하였으니 체(體)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장(藏)이고, 용(用)은 보이는 것이 현(顯)인데, 결국 하나이다.
주자(朱子)는 정이천(程伊川)의 이기설(理氣說)과 주렴계(周濂溪)의 태극도설(太極圖說)을 종합하여 태극(太極)을 이(理), 음양(陰陽)을 기(氣)라 하여 이기(理氣)로 정의 하였다. 주자(朱子)는 이학파(理學派)와 기학파(氣學派)를 종합하여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하였다. 때에 따라서 태극(太極)을 이(理)라고도 기(氣)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둘이면서 하나라고 한다. 그 관계를 불상리(不相離) 불상잡(不相雜)이라 표현한다. 그는 이(理)를 형이상(形而上)의 도체(道體)로서 만물의 본체(本體)이고 기(氣)를 형이하(形而下)의 질료(質料)로서 만물의 형질(形質)로 보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天地之間 有理有氣 理也者 形而上之道也 生物之本也 氣也者 形而下之器也 生物之具也 是以人物之生 必稟此理 然後有性 必稟此氣 然後有形 其性其形 雖不外乎一身 然其道器之間 分際甚明 不可亂也。
천지(天地)에는 이(理)과 기(氣)가 있다. 이(理)는 형이상(形而上)의 도(道)이며 만물을 낳는 근본이다. 기(氣)는 형이하(形而下)의 그릇으로 만물을 낳는 질료(質料)다. 그러므로 인간과 만물이 태어날 때 반드시 이 이(理)를 품부(稟賦)받아 성품(性品)이 있게 했고, 반드시 이 기(氣)를 품부(稟賦)받아 형체(形體)가 있게 했다. 그 형체(形體)에 따라 각각 성(性)이 있으며 비록 다르다 하더라도 같은 몸이다. 그리하여 제각기 다른 그릇이라도 길이 나타나며 쓰임새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
한동석(韓東錫)은 『우주변화의 원리』에서 "사물이 모든 변화를 일으킬 때에 음양(陰陽)은 항상 억압과 반발이라는 모순과 대립을 나타내면서 모순-대립-조화의 길(道)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기(木氣)가 발할 때는 내부에 축적되었던 양(陽)이 외부로 용출하려고 하지만 이때에 만일 외면을 포위한 음형(陰形)의 세력이 아직 너무 강하여서 이면에 포위당하고 있는 소위 일양(一陽)의 분출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면 잠복한 바의 이양(裏陽)은 더욱 그 힘이 강화되게 마련인 것이다. 철학은 그 힘이 탈출할 때에 생기는 반응을 목(木)의 작용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목기(木氣)라는 것은 형질간(形質間)에 일어나는 압력과 반발의 투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인즉 그것이 모순-대립의 과정이다"고 설명한다.
또한 『주역(周易)』의 「계사전(繫辭傳)」에 이르기를, “우주에서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무궁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음양(陰陽)이라는 이질적(異質的)인 두 기운(氣運)이 지닌 바의 작용으로 인하여 모순(矛盾)과 대립(對立)이 나타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을 변화라고 한다"고 하였으니 음양(陰陽)의 변화가 생극(生剋)의 논리에 의해서 변화가 다단(多端)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한 번 음(陰)이 되고 한 번 양(陽)이 되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고 한 것이나, 주자(周子)가 “태극(太極)이 운동함으로써 양(陽)을 나오게 하고 정지함으로써 음(陰)을 나오게 한다”고 한 것이나 모두 가리키는 대상은 하나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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