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의 서적 가운데 3명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발간된 조선시대의 <원천강5성3명지남> <자평3명통변연원>이나 최근의 <3명통신> 등이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명리학 서적으로 <3명통회>를 비롯하여 <낙록자3명소식부> <3명지미부> <이 연음양3명> 등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3명은 그 내용이 규명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명리학 사전에서 조차 항목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이러한 사정은 한국이나 중국 모두 비슷한 수준이다. 사전류로 한국의 경우 박재완의 명리사전, 신육천의 사주명리학대사전, 조성우, 한중수가 공동 집필한 역학대사전 등이나 중국의 경우 장기성의 역학대사전 등이 그것이다.
한국의 김승동의 역사상사전, 박주현의 낭월사주용어사전, 등이나 일본 명리학 사전인 구석애풍의 사주추명학사전에는 항목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설명 없이 단어만 나열하고 있다. 다만 중국도교협회와 소주도교협회에서 공동으로 출간한 도교대사전은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최국봉 3명통신과 중국에서 백보천이 명리해전 등에서 3명을 취급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3명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이 백호통의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한나라 황제가 백호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얻은 학술 결과를 반고(班固 32〜92)등에게 정리하도록 한 것이다. 말하자면 전한시기의 국가지식이라고 보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명에는 3가지가 있다. 사람에 따라 수명(壽命)을 받아서 한도를 지키며 살고 조명(遭命)을 받아서 억울한 불행을 당하게 되고 수명(隨命)을 받아서 한만큼 상응하여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백호통의의 논리는 왕충(王充)의 논리로 재조명된다. 논형은 백호통의의 수명(壽命) 대신에 정명(正命)이란 용어로 바꿔서 사용된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활동하는 중국의 학자 육치극은 중국명리학사론에서 왕충의 이러한 논리를 자연정명론이라고 했다. 행위의 선악과 길흉화복의 관계에 있어서의 모순, 즉 性(행위의 선천적 원동력)과 命(경우를 규정하는 선천적 필연성)의 관련이 선한 원인과 선한 결과의 법칙을 가지고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명리학에서의 3명은 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조선시대 기술 국가시험 제1과목이었던 원천강5성3명지남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조미론이 그것이다. 이 조미론은 만민영(萬民英) 3명통회권 12에도 수록되어 있다. 양의(음양)가 열리고 60갑자가 생겼다. 장차 3원(천, 지, 인)은 3재(천, 지, 인)를 만들고 4계절은 4주(네 개의 기둥)가 되었다. 그리고 천간은 복록의 근본이 되므로 일생의 직위 고저를 결정한다. 지지는 운명의 기본이므로 목숨의 원래의 시작과 끝이라는 세 가지 한계(인간의 운명을 초분, 중분, 말분 등으로 나누는 일)를 펼친다.
이 인용문은 우주가 생겨서 인간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음과 양으로 나뉘고 60갑자가 나왔다. 그리하여 천, 지, 인 3원은 3재를 만들고 4절기는 4기둥을 만든다는 것이다. 양의가 2, 삼원과 삼재가 3, 네 절기와 네 기둥이 4로 전개된다는 상수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을 현실에 적용하면 천간은 인간의 복록을 담당하므로 직위가 높고 낮음을 결정하게 된다. 지지는 인간이 운명을 담당하므로 얼마나 오래 살고 일찍 죽을 것인지 초분, 중분, 종분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즉 천간은 복록을 지지는 인간의 수명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3명이 현대명리학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자평3명통변연원 부터라고 생각된다.
“명이 있어서 태어나게 된다. 반드시 일월의 주인이 있다는 것은 시기에 위탁하는 것이 된다. 그리하여 천원의 형벌로 인하여 10간이 나타나고 지원의 배열로 12지가 표현되고 납음의 포진으로 5행이 된다. 그러므로 삼명의 서책이라 한다”
이 인용문은 자평3명통변연원이 남송 보우 연간에 쓴 전지옹(錢芝翁)의 발문 머리 부분이다. 이글을 보면 서자평은 원천강과 이허중의 논리를 절충한 느낌이 든다. 이쩌면 이허중보다 원천강에 가까운 듯하다. 하여튼 자평3명통변연원은 당나라 시대보다 후대인 남송시대의 산물이다. 천간, 지지, 납음이라는 삼분법 형태를 유지하면서 처음으로 5행을 적용한 것이다.
서자평은 천상(천간)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여 형벌에 따라 10가지 종류로 나누고 지상(지지)에서는 그에 따라 12가지 종류로 배열하고 개인(납음)에 있어서 5가지 종류의 일들이 펼쳐진다는 명리학적 개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서자평은 우리나라 명리학의 역사에 있어서 떠오르고 가라앉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세종 무렵에 등장하여 정조 무렵에 퇴출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명리학하면 자평학이라고 할 정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자료발췌 : 구중회, 한국명리학의 역사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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