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己亥) 일주의 분석
오행은 자연계의 다섯 가지 물질이다. 상호 관계성 속에서 파악해야 할 존재로서 유기적인 체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한다. 기토는 전답이고 해수는 강, 호수, 연못에 비유한다. 기토는 곡식을 길러내야 하는데 해수 위에 앉아 땅이 얼어있는 상태이다. 화 기운으로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알곡을 생산하지 못한다. 만약에 수 기운이 강하다면 기토가 흩어져 토사가 유출되므로 목(木)으로 병화(丙火)를 돕고 무토(戊土)로 보좌해야 한다. 기해 일주는 좌상이 구부러진 형상이면서 일음이 생성되는 시기로 다정다감하면서 유연한 기질을 지녔다. 부드러우면서 환경 적응능력이 뛰어난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지장간은 지지 속에 암장되어 있는 하늘의 기운으로 해수 안에는 무갑임(戊甲壬)이 있다. 육친으로 보면 무토는 겁재, 갑목은 정관, 임수는 정재를 의미한다. 이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써 일주라는 공간에서 운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모든 인간사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나 내면까지도 엿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준다. 일간은 운명과 연결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맡으면서 육친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기해 일주는 십이운성으로 태지(胎地)에 앉아 다른 간지에 있는 육친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음양의 조화가 갖추어졌다면 좋은 사주가 되지만 균형이 무너졌다면 외롭고 고달픈 인생행로가 전개된다.
사주는 농부학이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성장하여 가을에 거둬들이고 겨울에 저장한다. 기토는 밭이고 해수는 돼지이다. 코를 이용해 흙을 헤집으면서 흙속의 동식물을 찾아 먹는 습성이 있다. 식탐이 왕성하면서 번식력도 뛰어나다. 정재가 록(祿)을 얻어 식복과 재물복은 타고났다. 남녀 공히 근면 성실한 스타일로 마이너스 인생은 살지 않는다. 다만 기토가 태지(胎地)의 재물을 안고 있어 알뜰하지만 돈이 크게 모이지 않는 결점이 있다. 임수는 저장하는 속성으로 자신의 실속을 챙기지만 재물 곳간이 크지 않아 과욕을 부리면 넘쳐 흘러내린다. 주위에 식상이 있다면 주워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더 커진다.
남명에서 정재는 부인이다. 음양의 조화를 갖추어 마누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유형에 속한다. 균형 잡힌 사주라면 처덕이 좋은 편이다. 그것도 배우자 궁에 있어 성실한 여성과 인연을 맺고 싶어 한다. 정재와 정관이 만나 재생관(財生官)을 이루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다. 겁재의 영향으로 마음속으로는 경쟁심과 승부욕을 품고 있다. 투기성 재물을 선호한다든가 한방에 인생을 역전시키겠다고 허황된 꿈을 꾼다면 그 순간부터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진다. 가치의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안정된 삶을 지향해야 건강하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임수를 후처로 본다면 갑목(정관)은 처가 데리고 온 자식으로 볼 수 있다. 정재 안에서 갑목이 자라고 있는 모양새이다. 데리고 온 자식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명에서 정관은 남편이 된다. 일간이 갑목(정관)을 합으로 끌어당겨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정재가 정관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어 시댁하고 인연이 좋은 편이다. 해(亥) 중 갑목이 물속의 나무로 성욕이 강하다.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면 주색의 유혹에 쉽게 빠져 들 수 있다. 무엇이나 받아들이고 저장하려는 속성으로 비밀이 많지만 여간해서는 발설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년, 월에 정관이 드러나 있다면 일찍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해중 갑목(정관)은 숨겨놓은 애인이다. 모든 물체들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는데 갑기(甲己) 합으로 인해 남모르게 정관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정재 안에서 공존해 경제활동을 하면서 만나든가, 직장에서 만나 오피스 와이프로 지내든가,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우연히 만날 수 있다. 해수는 역마성이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밀회를 즐기고 싶어 한다. 특히 쿠르즈 여행을 선호한다는 암시도 된다. 뜻밖에 연인관계가 발각될 수 있는데 사해(巳亥) 충으로 충돌을 일으키면 갑목이 튀어나와 들통이 난다. 거기에다 이혼소송을 당하거나 금전상의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기해 일주는 태지 위에 앉아 소극적이면서 조용한 스타일이다. 어머니 뱃속으로 유약해 소심한 측면이 있다. 정재가 록(祿)으로 치밀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유형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만큼 자산관리도 잘한다. 정관이 있어 불법적인 방법보다는 열심히 노력하여 재물을 얻으려고 한다. 정관이 장생(長生)에 임하여 때 묻지 않는 성품으로 순수하면서 합리적이다. 남명에서 정관은 자식이다. 반듯한 자식과 인연해도 학업으로 인해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픔도 있다. 겁재가 절좌 태궁으로 형제들과 원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더하여 경쟁자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뜻도 된다.
남녀 모두 정관이 숨어있어 내면 깊숙이 명예에 대한 잠재적 욕구가 강하다. 게다가 재생관을 이루고 있다. 출세 지향적인 성향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돈을 써서라도 권력을 거머쥐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일간에게 힘을 보태주는 오행들이 포진해 있다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 반대로 구색이 갖춰지지 않아 어설프다면 생각만 앞서지 결단력과 추진력이 부족해 뜻을 이룰 수 없다. 대운이 좋으면 희망의 씨앗을 뿌리게 되어 문제는 달라진다. 해수는 천문이다. 신앙심은 물론 영감으로 두뇌회전이 빠르면서 예지력이 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간파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앞선다.
사주는 자연학이다. 오행은 변화하고 움직이는 물질로서 우주의 모든 사물은 하나의 거대한 패턴 속에서 각자의 존립을 추구한다. 또한 상호 감응을 통하여 모두가 하나의 틀 속에서 협동적으로 생명활동을 영위해 나간다. 이처럼 음양오행의 심오한 이치가 사주라는 글자 안에 응결된 모습으로 내재되어 있다. 일주를 분석할 줄 아는 무르익은 공부가 되어야 사주 전체를 진단하는데 한걸음 더 들어갈 수 있다. 타고난 운명의 설계도를 해독하려면 일주를 살펴보고 분석하되 사주팔자라는 전체의 그림을 한눈에 내려다봐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더 쉽고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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