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가
-----------------박상천
아무도 없는
눈 덮인 산길을 바삐 걷다가
잠시 숨을 돌리려 바위에 앉았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멈추자
주변이 갑자기 고요해지더니
산이 품고 있던 소리들이
조심스럽게 살아 납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숨죽이고 있던 산새소리
나뭇잎들 바스락대는 소리
나무위에 햇살 내리는 소리
아, 거기 그 소리들이 있었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묻혀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멈춰야
들을 수 있는 산의 소리들
숨죽이고 바위에 앉아
산의 소리를 들으며,
내 발자국의 소란
내 발자국의 몰염치
내 발자국의 횡포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