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거문고 소리를 듣고
변종운(卞鍾運 1790~1866)
中夜萬籟寂 : 깊은 밤 적막 속에
何人弄淸琴 : 그 누가 청아하게 거문고를 타는가.
摵摵庭前葉 : 버스럭대는 뜰 앞의 낙엽 소리
西風吹古林 : 갈바람이 숲속에 불어오누나
幽人聽未半 : 숨어사는 이는 반도 못 듣고
愀然坐整襟 : 쓸쓸히 앉아서 옷깃을 여미네
寒蟲秋自語 : 가을이라 귀뚜라미는 절로 울지만
豈盡不平音 : 불평한 심정을 어찌 다하랴
皎皎天上月 : 밝고 밝은 하늘의 달도
照人不照心 : 내 마음은 비추지 않네
<해설>
모두가 잠든 고요한 가을밤에 홀로 잠 못 들며 시름에 잠겼는데, 어디선가 아련히 거문고 소리가 들려온다. 이따금 바람이 불어와 쏴하고 숲을 흔들면, 낙엽이 떨어져 정처 없이 구르고, 그 속에 흐르는 거문고의 청아한 음률은 애처로워 차마 더 들을 수 없다. 눈물을 애써 참으며 옷깃을 여민다. 가을이라 구슬피 우는 귀뚜라미도 어떻게 나를 달래줄 수 있으랴. 하늘에 밝게 떠서 천지를 비추는 달조차 이 마음을 몰라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