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경계함
한창 마실 때에는 취한 줄을 모르지만
한참 마신 뒤에는 고꾸라져 쓰러진다.
方其飮時 不知其醉 及其良久 乃至困躓
방기음시 부지기취 급기량구 내지곤지
<해설>
인류의 역사에서 술은 한시도 사람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즐거울 때도 함께하였고 슬플 때도 함께하면서, 때로는 친한 벗이 되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술을 너무도 좋아하여 주태백(酒太白)으로도 불리는 시인 이태백(李太白)은 술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듯 “석 잔의 술로 대도와 통해지고, 한 말의 술로 자연과 하나 되네.[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라고 노래하였고, 한유(韓愈)는 세상사 시름을 잊는 방법을 제시하듯이 “잔이 돌아 그대에게 이르거든 손을 멈추지 마오, 만사를 잊는 데에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오.[杯行到君莫停手 破除萬事無過酒]”라는 시구를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양의 전설에서는 술은 만들어지면서부터 경계의 대상이었습니다. 우(禹)임금 시절에 어떤 신하가 술을 처음 만들어 우임금에게 바쳤는데, 우임금은 술을 달게 마시고는 “후세에 반드시 술로써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다.[後世必有以酒亡國者]”라고 경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경(書經)》에는 “우리 백성이 크게 혼란하여 덕을 잃음은 모두가 술 때문이다.[我民用大亂喪德 亦罔非酒惟行]”라고 하여, 본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는 것을 모두 술의 탓으로 여겼습니다.
술을 얼마만큼 마시는 것이 적당한가는 사람의 체질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정하기는 어렵지만, 선인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늘 공자에게서 찾았습니다. 《논어》에는 공자의 음주에 대해 “술은 일정한 양이 없었지만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有酒無量 不及亂]”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물에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술의 적당량이라는 것입니다. 조익도 위의 글 전체에서 역시 공자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기준으로 제시하였고, 아울러 공자처럼 일정한 양을 정하지 않고도 적당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면 아예 두세 잔으로 양을 한정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는 때가 되면 아무래도 평소보다 술자리가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이태백이나 한유의 말처럼 모든 것을 술로 털어버리는 것도 좋겠지만, '한참 마신 뒤'의 일도 늘 경계하여 자칫 고꾸라지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자료 :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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