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癸卯) 일주의 해석
계묘 일주는 음과 음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임수의 변화가 진행되어 최종적으로 도달한 모습이 계수이다. 음중의 음이다. 지극히 약하기에 새로운 양을 발생시키려고 십간을 알리는 갑목이 시작된다. 묘는 모(冒)와 같은 글자로 물질이 태어나 성장하여 땅을 덮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씨앗이 땅을 뚫고 나와 흙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문이 열리는 형상이기도 하다. 사양(四陽)으로 양기가 밖으로 표출되어 목 기운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이다. 부드럽지만 잡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면의 심리 세계를 알 수 있는 지장간에는 갑을(甲乙)이 암장되어 있다. 생명력이 발현되는 갑목과 그 실체인 을목이 동시에 존재하여 순수한 목 기운으로만 이루어졌다. 일간에 대비하면 갑목은 상관, 을목을 식신을 의미한다. 계수가 묘목을 도와주는 형태로 초목이 봄비를 만난 격이다. 절묘한 조합이다. 식신은 식복이요 복록이다. 사주가 조화롭다면 봄의 전령사가 생명의 자양분을 만나 평생 의식주가 풍족하다. 거기에다 식상의 성정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총명하면서 표현력이 뛰어나 다양한 재능을 지녔다는 암시이다.
여명에서 식상은 자녀를 의미한다. 계수는 생명체인 나무에게 영양분을 주어 무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생목으로 식상을 추구하여 자신도 모르게 자식 사랑에 흠뻑 빠져든다. 배우자 궁에 자녀가 앉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을 쏟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주가 짜임새 있다면 잘난 자식과 인연하여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성장해 준다. 신약한 사주라면 오히려 자식들이 과도하게 에너지를 빼앗아가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토끼는 색정이 강한 동물이면서 다산으로 생명력의 상징으로 본다. 수 기운이 적절하다면 건강한 자녀를 많이 출산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여명에서 관성은 남편이 된다. 식상과 관성은 상극으로 반대편끼리 싸우고 다툰다.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과는 관성의 참패로 끝난다. 다만 반극을 당하면 오히려 식상이 무시를 당한다. 배우자 궁에서 식상이 세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성을 옥죄어 쪼그라들게 하므로 부부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결혼생활을 하는데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묘는 남성의 고환을 상징하므로 음란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유창한 화술에 도화의 매력이 더해지므로 잘 쓰면 약이지만 통제가 안 되면 독이 된다. 물상으로 보면 양쪽으로 갈라지는 형상이다. 초혼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 늦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계묘 일주는 토가 관성으로 남편을 의미한다. 대자연의 순환 법칙에 의해 토의 고유한 성질이 수시로 변해 부부 사이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그렇잖아도 식상이 강한 일주이다. 구색이 갖춰지지 않는 어설픈 사주라면 온갖 고난과 풍파로 몸부림을 치다가 기진맥진하게 될 수도 있다. 만약에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내 탓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편 탓만 하면서 불신만 키운다면 가정을 지키기 어렵다. 남명에서 관성은 자식을 말한다. 식상의 세력이 강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식과 인연이 약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재성으로 설기시키거나 합으로 묶이거나 인수로 조절해주지 않으면 작용력을 배가된다.
남명에서 상관은 장인, 식신은 장모이다.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에 식상이 있다는 것은 조금 비약적으로 말하면 주거공간이 같다는 의미도 된다. 사주가 신강하다면 일간으로 응집된 에너지를 빼내주므로 도움을 주는 장인 장모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신약하면 자신의 기운을 오히려 빼앗아가므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왠지 모르게 만나기만 하면 소소한 일들로 마찰을 일으켜 갈등의 단초가 된다. 하지만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보살펴드려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팔자소관이다.
인간과 우주만물은 유기적인 틀 안에서 상호반응을 한다. 물리적인 면에서는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계수는 투명하고 맑아서 속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비밀이 없고 거짓말을 싫어한다. 마음이 여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약한 듯해도 꺾이지 않는 물의 속성으로 부드러우면서 지혜롭다. 묘는 아이를 상징해 악의가 없이 순수하고 선한 가치관의 소유자로 아랫사람의 혜택이 있다. 맑은 물이 식신을 보아 물 흐르듯이 순리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고지식한 측면이 있다. 겉으로는 다부진 척 하지만 무른 성품으로 지구력과 끈기가 부족해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결단력과 추진력을 길러야 한다.
식신은 일주의 능력을 밖으로 표출하는 성분이다. 내면적으로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한다. 이 성분들은 모두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측면에서 이기적인 도구가 된다. 식상이 생지이면서 록왕(祿旺)으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게다가 문창성이면서 화개의 영향력까지 더해져 예술적 감각과 두뇌가 뛰어나다. 학당귀인이 작용하여 교육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사주는 자연학이다. 묘목은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대를 의미하므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적합하다. 창조의식과 글 쓰는 재주가 남달라 작가로서도 독자들에게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묘목은 삼합의 왕지면서 도화이다. 자라나는 새싹으로 창의성과 감수성이 뛰어나 학자, 예술가. 한의학, 간호, 벤처기술, 연구원과 같은 전문가형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쓰고 꾸미고 멋을 부리는 것을 좋아한다. 인테리어, 건축, 디자인, 기획, 의상, 출판 등에 어울린다. 기획력을 갖춘 아이디어맨으로서 그림이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조용하면서 손재주가 남달라 아기자기하게 가꾸는 것을 좋아해 자기만의 창의적인 예술세계를 지향한다. 음양의 조화를 이룬 상관은 안 되겠다 싶으면 포기하지만 식신은 같은 기운으로 이루어져 외골수적인 기질이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한 우물만 판다면 잠재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성공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계묘 일주는 십이운성으로 장생지에 앉아 있으면서 천을귀인을 보아 어려울 때 귀인의 도움이 있다. 식상이 장생지에 놓여 대체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편이다. 만약에 직장생활을 한다면 관성을 극으로 쪼개고 일그러지게 하므로 관료사회에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수직적 구조의 형태를 띤 조직에서는 불리하다. 수평적 구조의 조직사회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무한대로 발휘해 빛을 볼 수 있다. 나무(식상)가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관성)과 적당한 햇빛(재성)이 있다면 사업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전제조건은 이들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주가 돼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난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평등하다. 발가벗은 몸으로 세상을 향해 사랑과 보살핌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다음부터는 보이지 않는 힘과 우주가 만든 프로그램에 의해 평등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고 만다. 다시 말해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운명과 불평등 계약을 맺고 수저 계급론처럼 불평등한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유전자 코드를 알려면 일주만 가지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주팔자를 종합적으로 보고 운명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면서 고찰해야만 그 안에 숨겨진 비밀들을 명확히 풀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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