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학이다.” “아니다. 과학의 탈을 쓴 신비주의다.”
피라미드 파워, UFO(미확인 비행물체), 기(氣), 수맥찾기 등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연구를 둘러싼 과학계의 논란이다. 한쪽에서는 “기존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연구함으로써 에너지 고갈과 불치병 같은 인류의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과학이 아니라 의사(疑似)과학 또는 사이비 과학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전자는 신과학계, 후자는 주류 과학계의 주장이다. 신과학은 기존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여러 현상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 신과학자들은 “기존 과학은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에너지의 본질은 무엇인지, 우주는 어떻게 생성됐는지 등을 설명하는 데 벽에 부딪혔으며, 이는 서양과학의 물질론적·기계적 세계관의 한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신과학은 대안으로 정신과 물질이 하나라는 심신(心身)일원론에 바탕을 둔 전체론적 세계관을 내놓고 이런 현상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1
60년대 싹튼 ‘신과학 운동(New Age Science)’은 70년대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출간과 더불어 본격화됐다. 국내에선 94년 대덕연구단지 출신 과학자 10여명이 모여 신과학 연구 모임을 결성했다. 현재는 이를 모태로 한 ‘한국정신과학학회’가 전국의 초자연 현상 연구회들을 통합해 활동하고 있다.
신과학을 부정하는 주류 과학계의 움직임도 거세다. 특히 ‘합리적인 이성과 과학을 신뢰하며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갖는다’고 하는 회의주의자들이 신과학 비판의 최일선에 나서고 있다. 회의주의자들은 “신과학은 허구”라고 잘라 말한다. 회의주의자 가운데서도 ‘초자연적 현상의 과학적 검증단(CSICOP·사이캅)’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회원으론 8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언 레더먼 전 페르미연구소장을 비롯해 우주의 신비를 설명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박사와 국내 TV프로그램을 통해 초능력 검증에 100만달러를 걸었던 제임스 랜디 등 전 세계 과학계 주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선 ‘한국의사과학문제연구소(소장 강건일 박사)’와 인터넷 동호회 ‘호기심 천국(cafe.daum.net/skeptic)’ 등이 신과학 검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결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양측 모두에 명망 있는 과학자들이 포진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과학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국정신과학학회만 해도 회원이 약 600명으로, 이 가운데 70%가 이공계 과학자이며 박사학위 소유자도 180여명에 이른다. 신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받는 비난에 대해 “당대 과학계가 받아들이지 못한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도 한때 이단으로 몰렸다”고 반박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