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직에 있는 사람은
- 박지원(朴趾源 1737~1805)
관직에 있는 사람은
비록 내일 떠나더라도
항상 백 년 동안 있을 마음을 가져야 하니,
그런 뒤에야 백성을 안정시켜
제대로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居官者 雖明日起去 恒作百年心 然後可以鎭定有修擧
거관자 수명일기거 항작백년심 연후가이진정유수거
<해설>
조선 후기의 문장가인 박지원의 말을 그의 아들 박종채(朴宗采)가 기록한 내용입니다. 박지원은 벼슬생활을 그다지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관직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는 분명히 알았던 듯합니다. 당시 지방관을 맡은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직임에 전념하지 않고 그저 여관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가는 사람인 양 하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백성들 사이에서도 수령을 가리켜 ‘임기가 5일’이라는 말을 흔히 했다고 합니다. 바로 내일 떠나려는 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백성을 보살피고, 고을을 안정시키겠습니까? 백성들의 입장에서도 당장 내일 떠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수령에게 무슨 신뢰를 하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습니까?
관직을 맡은 사람, 특히 한 지역의 통치와 행정을 맡은 사람은 재임 기간 동안만큼은 그 자리가 목적이 되어야 하고,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일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 자리가 다음의 어떤 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되며, 보여주기만을 위한 겉치레를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잠깐 머물다 떠나려는 사람은 훗날의 결과에 그다지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순간의 화려함과 미봉으로 인한 폐단은 결국 그 자리에 남아 백 년을 살아가야 하는 백성들에게 커다란 짐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박지원은 여기에 또 하나 덧붙여 다른 측면에서의 폐단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관리가 되어서는 또한 자리에 연연하여 머뭇거리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니, 합당하지 않은 것을 보면 헌신짝처럼 과감히 버려야 한다.”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권력의 눈치만을 살피며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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