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인생학/정신적 씨앗

4월 달!

청화거사 2014. 4. 1. 09:01

이제 곧 4월이다. 음력으로 3월. 봄이 무르익는 달이다. 봄은 만물이 새로 싹터서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계절이다. 그런데 이처럼 오로지 생명이 약동하고 재생의 기운이 넘치는 계절이어야 할 봄에 생명의 기운이 억눌리고 재생의 기운이 막히는 기막힌 역설이, 성큼 다가든 봄기운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 봄이면 누군가 또는 어느 신문기사에선가 꼭 한번은 들먹여서 다들 들어본 구절, “오랑캐 땅에는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동방규(東方虬)라는 당의 시인이 읊은 ‘소군원(昭君怨)’의 앞 두 구절이다.

그리고 청춘의 열병을 앓던 시절 밤을 새워 쓰던 연애편지에 한두 번 인용했던, T. S. 엘리엇의 기념비적 장시(長詩) ‘황무지’의 유명한 도입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히려 잔인하고 겨울이 따뜻했다는 역설. 때로 현실은 문학보다 더 역설적이다.


가만히 생각합니다. 태극이 쪼개져서 음양이 나뉜 뒤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어내어서 네 계절이 생겨납니다. 해가 운행하는 황도의 위치가 다 내려가고, 달이 열두 바퀴를 다 돌아서 도수가 장차 끝나면 한 해가 또다시 시작하는데 그것을 봄이라고 합니다.


봄에 해당하는 날은 갑과 을이며, 봄을 상징하는 임금은 태호, 봄의 신은 구망입니다. 그리고 봄의 기운은 온화하게 활짝 펴져서 모락모락 아른아른 화창한 기운으로 오로지 뭇 생명을 일깨우고 만물을 낳아서 기르는 것을 일삼습니다. 그런즉 그 덕을 생명성이라 합니다. 여름이 만물을 자라게 하고 가을이 성숙하게 하고 겨울이 갈무리하되 봄이 간여하지 않지만 자라고 성숙하고 갈무리 되는 것도 생겨나지 않으면 각 계절이 어떻게 이런 작용을 펼치겠습니까? 이 때문에 봄은 네 계절을 관통해서 작용하며 만물이 바탕을 삼고 시작되는 힘으로서 한 해의 머리가 됩니다.


사람이 하늘의 도를 체득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다른 데서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이라는 한 글자에 있을 뿐입니다. 대체로 궁극의 한 근원의 힘이 흘러 작용하여서 때에 부여된 것이 봄이고 사람에게 부여된 것이 인입니다. 계절의 봄은 곧 사람의 인이며, 사람의 인은 곧 계절의 봄입니다. 인을 얻으면 봄에 부합하고 인을 잃으면 봄에 반합니다. 봄에 부합하면 온화한 기운이 이르러서 만물이 자라고, 봄에 반하면 사나운 기운이 감응하여 온갖 재앙이 일어납니다.


비록 그러하나 이 봄은 네 계절을 관통하여 시작이 되니 이 인도 사단을 통괄하여 근본이 됩니다. 이 봄은 만고에 걸쳐 변하지 않으니 이 인도 온 세대에 걸쳐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즉 때의 봄을 알려면 당연히 나에게 있는 인으로 돌이켜야 합니다. 때의 봄을 체득하려면 마땅히 나에게 있는 인을 다 발휘해야 합니다. 인으로써 도를 닦고 인으로써 정사를 펼쳐서 인을 실행하는 노력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아서 따뜻한 봄기운이 대지를 데우고 모든 만물에 두루 스며들고 녹아들듯이 되면 온 세상이 인으로 돌아갑니다. 한 나라가 인에서 일어나고 인민이 조화롭고 만물이 자라나며 온 사방에 봄이 와서 모든 만물이 저마다 제 자리를 잡는 것은 굳이 말할 것도 없습니다!

竊謂自太極旣判陰陽旣分之後, 寒暑相推, 四時乃生. 日窮于次, 月窮于紀, 數將幾終, 歲且更始者, 其名曰春也.
其日甲乙, 其帝太皥, 其神句芒, 而其爲氣也沖和發揚, 藹藹融融, 專以鼓動群生, 化育萬物爲事, 則其爲德曰生也. 夏之長也, 秋之成也, 冬之藏也, 有不預也, 而其所謂長也成也藏也者, 非生則何以施功. 此所以貫徹四時, 資始萬物, 而爲歲之首者也.
以人體天之道言之, 則不可以他求者也, 在乎仁之一字而已矣. 蓋一元流行, 賦於時曰春, 賦於人曰仁. 時之春卽人之仁也, 人之仁卽時之春也. 得乎仁則合乎春, 失乎仁則反乎春. 合乎春則和氣至而萬物以育, 反乎春則戾氣應而千災以興.
雖然, 是春也貫四時而爲始, 則是仁也統四端而爲本. 是春也亘萬古而不變, 則是仁也歷千世而不異. 然則欲知在時之春, 當反在我之仁. 欲體在時之春, 當盡在我之仁. 苟能修道以仁, 發政以仁, 爲仁之功, 不息而久, 至於熏蒸透徹融液周遍, 則天下歸仁. 一國興仁, 民和物育, 八區爲春, 各得其所, 何足道哉.

- 윤선도(尹善道, 1587~1671), 「대춘책(對春策)」, 『고산유고(孤山遺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