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인생학/정신적 씨앗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

청화거사 2014. 1. 8. 14:34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
  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되었다. 지나간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면 누구나 마음이 숙연해진다. 날마다 하루가 가고 시간이 흐름을 의식하지 못하며 되는 대로 살다가도,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게 만드는 계기와 마주하면서 아! 한 해도 벌써 이렇게 흘렀구나, 아! 나도 벌써 이렇게 세월을 보냈구나 하고 섬뜩하게 자각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삶이란 살아갈수록 소중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하루하루 더 줄어듦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일 터이다. 한 해를 더 살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갉아먹는 일이다. 이 하루는, 이 한 시간은 살아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것이니 엄숙하지 아니한가! 내가 삶을 마치고 신의 법정에 서게 되면 심문관은 내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썼는가를 심판할 터이다.

  옛날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실천이 그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이제 벗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학문을 탐구하면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지만 스스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겠다. 하물며 말을 하고 난 뒤, 상대방은 잊지 않고 있으나 나는 잊어버린 것도 있고, 상대방과 내가 함께 잊어버린 것도 있다. 이는 부끄러워할 만한 일일 뿐만 아니라 거의 거리낌 없는 짓이니 매우 두려운 일이다. 그 사이에 옛 편지상자를 뒤져서 남아 있는 편지 원고를 베껴서 책상 위에 두고 때로 읽어보면서 이를 근거로 자주 반성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이 가운데에는 원고가 없어져서 기록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든 편지를 다 기록하여 여러 권의 책으로 엮는다 하더라도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가정 무오년(1558) 단오 하루 뒤, 퇴계 늙은이 씀.

古者, 言之不出恥躬之不逮也. 今與朋友講究往復, 其言之出有不得已者, 已自不勝其愧矣. 況旣言之後有彼不忘而我忘者, 有彼我俱忘者. 斯不但可恥, 其殆於無忌憚者, 可懼之甚也. 間搜故篋手寫書藁之存者, 置之几間, 時閱而屢省於是而不替焉. 其無藁不錄者, 可以在其中矣. 不然雖錄諸書積成卷帙, 亦何益哉. 嘉靖戊午, 端午後一日, 退溪老人識.
 
- 이황(李滉, 1501~1570), 「자성록서(自省錄序)」, 『퇴계선생속집(退溪先生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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